영원한 아군도 없고, 영원한 적군도 없다.

인간 속은 아무도 모른다

by 로이홀릭

회사 생활을 십 년 이상 하면서 느낀 점은 영원한 아군도 영원한 적군도 없다는 것이다.


철천지원수처럼 나를 괴롭히던 이사가 있었는데, 사실 괴롭히는 것도 본인이 너무 잘나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인데 내가 괴롭히는 걸로 오해할 수도 있다. 그는 당대 최고의 명문대 의대를 나와 최고의 병원에서 이름을 날리는 사람인데, 너무 똑똑해서 정말 지혜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고 깊은 사람이다. 미국의 최고 경영자 과정까지 밟고 왔으니 이로써 천재라고 할 수밖에 없으나, 하필이면 내가 담당해야 하는 이사라는 게 문제였다. 그는 한마디를 하면 나는 10가지를 깨달아야 했는데, 그럴 턱이 없다. 나는 너무도 평범한 사람이요. 배운 것도 평범하여 비범한 그 이사가 하는 말을 겨우 적어가며 이해했던 기억이 난다. 근데 나에게만 그런 게 아니라 그 사람은 모든 사람에게 그랬다. 그냥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고, 상대방이 못 알아들으면 매우 답답해했다. 나는 직원이니 그 이사 와 일을 해야 하는 프로젝트가 있으면 이해력이 따라오질 못하니 좌불안석에 불안함이 늘 몰려왔고 일하면서도 늘 힘들어했다. 그런데, 시간이 좀 오 년 정도 흘렀을까.. 이제는 그 사람이 하는 말에 아직도 100% 빠른 실행력을 보이지는 못해도 근사치로 이해하는 능력이 생겼다. 그리고 그 사람은 회사에서 늘 중책을 맡는 사람이었는데 내가 좌천되는 상황이 되었을 때 그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중요한 일에 나를 꼭 넣어 함께 진행 시켰다. 나의 윗사람은 울며 겨자 먹기로 나를 데리고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고맙기까지 한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그 이사는 좀 누그러진 태도로 대해주는 듯도 하였다.


반면, 내가 충성을 맹세했던 어느 상사는 나의 모든 사사로운 일까지 늘 신경 써 주는 마이크로 매니징의 끝판왕이었다. 그 센스가 실로 천상계에 닿을 만큼 얼굴의 표정이나 제스처만 봐도 내가 어느 생각을 하는지 꿰뚫고 있는 자여서 내가 늘 조심조심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늘 챙겨주는 그 마음에 이끌리어 나도 충성이란 카드로 마음을 내어줄 수밖에 없었는데, 어느 날 나는 팽당했다. 이유는 한숨을 쉬어서였다. 힘든 일을 마치고 돌아오던 날, 현관에서 내가 한숨을 쉬며 문을 열었다는 이유로 나는 그 사람과 멀어지게 됨을 당했다.


그렇다. 인생사 아무도 알 수 없는데, 그중에 제일은 사람 속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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