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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으로 Apr 08. 2022

4월 8일의 꽃, 금작화

'박애'라는 꽃말

 4 8 금요일의 꽃은 금작화입니다. 3월 30일의 꽃이기도 했습니다. 또 한 번 만나다니 반갑고 친근합니다. 더불어 3월 30일은 수요일이었지만 오늘 금요일에 우리는 보다 세상에 상냥해지는 경향이 있는  같습니다. 얄밉던 상사의 언행도 스무스하게 넘어가지고, 왠지 플렉스하고 싶은 마음에 통장에 너그러워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금작화가 오늘의 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의 꽃말이 '박애'거든요. 사전적 정의는 '인간의 인격 ·휴머니티를 존중하고, 각자 평등이라는 사상에 입각하여 인종 ·종교 ·습관 ·국적 등을 초월한 인간애.'라고 합니다. 박애주의를 실천하는 삶을 살아온 성인, 간디 혹은 슈바이처, 마더 테레사 등을 떠올려볼  있을  같습니다. 요즘엔 '휴머니즘', '휴머니티' 등의 용어로 더욱 친숙한 개념이겠죠.

 그런데 요즘은 '박애'라는 개념이 낯설고 조금은 바보 같고 순진한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개인에서부터 전 세계에 이르기까지 말이죠. 인간의 존엄에 입각해 어떠한 조건 없이 타인을 사랑하는 일은 어쩌면 현대 사회에서는 터무니없이 낭만적인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극도로 개인화되고, 대면하지 않으며 양보가 미덕이 되지 않고 자신이 손해 보는 것에 대해 매우 예민한 사회가 되었으니까요. 때론 양보하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흔히들 이런 말을 하지요.

 "사람 너무 믿지 마."

 "너무 잘해주지 마. 나중엔 당연한 줄 안다니까."

 그래서인지 요새는 절친한 친구 간에도 극명한 선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친구사이에 범애, 박애를 기대하지도 않지요. 애초에.


 우리 사회는 어떨까요? 얼마 전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지금 우리가 '혐오'의 시대 속에 살고 있다는 타이틀을 보았습니다. 깜짝 놀랐어요.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불과 몇 년 전에 비해 사회에 혐오와 불신, 편 가르기가 팽배해 있다는 것을 불현듯 깨달았거든요. 그저 자연스러운 사회의 흐름으로 생각하고 적응하며 살고 있었는데, 조금만 돌이켜보니 급속도로 우리 사회에 적개심과 혐오의 문화가 퍼져 있더라구요. 비판하고 트집 잡는 게 당연시된 지금의 분위기가 문뜩 굉장히 생경하게 다가왔습니다. 박애는커녕, 그 정 반대로 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계는 어떨까요? 인간이 인간의 생명과 존엄에 대해 관여할 수 있는 자격이 있을까요? 아니오. 없지요. 그런데 지금, 21세기에 전혀 뜻밖의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쟁이요. 깜짝 놀람을 넘어서 어이가 없을 지경입니다. 더욱 참을 수 없는 것은, 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을 성폭행하고 집단 학살하는 등 무차별 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존엄과 생명을 농락하는 '전쟁'이라는 무모함이 저는 이제 더 이상은 일어나지 않을 역사 속의 일이라고 여겼습니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인류애에 대한 관심과 의식이 높아졌고, 보다 더 가치로운 삶에 대해 고민하는 21세기를 살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개인에서부터 사회, 국가, 그리고 세계에 이르기까지 '박애'의 정신이 소멸되어 가는 것 같아 숨이 막힙니다. 더 이상 삶이 낭만적이지 않은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촘촘하게 가시를 세우고 누군가의 기습 공격에 항상 대비하며 긴장하고 있어야 할 것만 같습니다. 생각만 해도 몸과 마음이 뻐근하네요.

 조금은 릴랙스 하고 싶습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잘 믿는 저에게 많은 이들이 말합니다. 그렇게 덥석 좋아하고 믿지 말라고. 사람들은 다 자기 생각만 한다고. 언젠가는 상처받을 거라고. 네, 맞아요. 그래서 상처도 많이 받고 배신감도 많이 느껴요. 그런데 타고난 본성이라 고치기가 힘드네요. 게다가 사람을 좋아하는데 좋아하지 않게 고치며 살아가는 것이 더욱 불행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그저 함께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그냥 인간이기에 편견 없이 곧게 보고 좋아하렵니다. 그러다 내게 가시가 되는 사람임을 알게 되면 보내주렵니다. 생각보다 단순한 저는 복잡하게 인간관계를 하지 못합니다. 좋아하고, 사랑하고, 찔리면 보낼래요. 첫 만남부터 의심하고 긴장하면 너무 낭만이 없잖아요? 바보 같을지언정 사람을 사랑하며 사는 쪽을 택하겠습니다.

 노랑노랑 금작화 보며 모두 오늘은 긴장 푸시고. 믿어보시고. 사랑해보시고.


 그리고, 러시아는 이만하세요. 그만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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