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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으로 Apr 09. 2022

4월 9일의 꽃, 벚나무

'정신미'라는 꽃말

 오전에 약속이 있어 소담한 로스터리 카페에 앉아있는데 흩날리는 바람에 꽃비가 내리더군요. 왜 그런지 몽실몽실 피어있는 벚나무 군락을 보는 것보다 하늘 하게 내리는 꽃잎 비를 바라보는 게 더 좋은 요즘입니다. 물론 그것조차 오랜 시간 동안은 허락되지 않은 일이지만요. 꽃잎 하나하나에 바람이 닿고 햇살이 닿을 때 겹쳐지는 아름다운 프리즘은 꽤나 고요한 감성 속으로 젖어들게 합니다. 올해는 이번 주말이 벚꽃 절정이라는데 마침 이렇게 글 쓰는 시기와 맞닿아 마치 실시간 생중계를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어떤 색의 벚꽃을 좋아하시나요? 흔히 분홍빛을 떠올리지만 생각해보면 흰 빛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둘 다 존재하구요. 그런데 벚꽃에 대해 알아보던 중 청벚꽃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너무 예쁘지요? 녹색, 파란색 성애자인 저는 이 청벚꽃의 존재를 알고 당장 요 아이를 볼 수 있는 곳을 검색했습니다. 서산에 있는 절 개심사에서 볼 수 있다고 하네요. 여행의 욕구가 생깁니다. 청벚꽃을 보러요. 남들이 다 좋다 좋다 하면 괜스레 멀리하게 되는 고약한 심보가 있어서 벚꽃 구경을 잘 안 가거든요. 그래서 사실 오늘 우연히 보게 된 벚꽃비가 더욱 예쁘고 반가웠던지도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청벚꽃은 꼭 보러 가렵니다. 유려하고 싱그러운 모습이 꼭 수국 같기도 하네요.

 앞서 말했던 흰색과 분홍색 벚꽃은 서로 다른 품종의 벚꽃인데요. 흰빛이 나는 왕벚꽃은 제주도가 고향인 우리나라 토종 벚꽃나무이고, 분홍빛이 나는 겹벚꽃은 일본에서 개량한 개량품종이라고 합니다. 그 외에도 벚꽃은 정말 많은 품종들이 있대요. 자세한 사항은 초록 창의 도움을 받아보기로 해요.

 이렇게 봄만 되면 사람들의 마음을 살랑이게 만드는 벚꽃의 꽃말은 '정신미', '정신의 아름다움'입니다. 벚꽃의 자태만큼 참으로 고고한 꽃말입니다. 그리고 익숙하기도 합니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정신적 아름다움, 내면의 미를 키워야 한다는 말을 참 많이 듣고 자랐잖아요. (이제부터 '정신'을 '마음'으로 대체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이는 옳은 방향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길다면 긴 삶의 시간 동안 보다 평온하게 살기 위해서는 말이죠. 내면이 성숙하다는 것은 그만큼 세파에 시달리더라도 흔들릴지언정 쉽사리 부러지지 않을 마음의 나뭇가지를 지니고 있다는 것으로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유연한 강인 함이라 표현해보겠습니다. 그런데 강인함, 즉 힘이라는 명제와 아름다움이라는 개념이 그리 어울려 보이지는 않습니다. 둘은 분명 연결되어 있는데 말이죠. 마음의 힘은 고집과 아집을 말하는 것이 아닌 것 다들 아시죠? 마음이 강인하다는 것이 자기주장이 강하며 지배적이라는 말이 아닌 것도 아실 겁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소통과 선택에 유연하고 보다 수용적인 마음가짐, 그것이 바로 무게감 있고 진중한 마음의 힘을 기르는 요소들이라구요.

 거장의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수준 높은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고도의 정신 집중을 요하는 인문학 서적을 읽어야만 정신적 아름다움이 생겨나는 것 같진 않습니다. 분명 필요한 것들이지만 보다 근원적으로 가져야 하는 것은 마음의 형태와 구성일 것입니다. 유연함으로 수용하는 마음가짐이 오히려 마음의 강인함을 만들고 타인들에게 아름다운 정신의 향기를 전하게 될 것입니다. 나그네의 외투를 스스로 벗게 만든 해님의 따듯하지만 올곧은 마음의 아름다움처럼요. 아름다움을 만드는 것과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바람의 거센 폭풍이 아니었지요. 오히려 나그네가 외투를 꼭 붙잡고 폭풍에 저항하는 결과를 낳았잖아요.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으시다면 해님처럼 살아가세요. 유연하고 자애로우며 따듯한 에너지를 전하며, 그렇게 살아가는 당신은 벚꽃처럼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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