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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으로 Apr 12. 2022

4월 12일의 꽃, 복사꽃

'사랑의 노예'라는 꽃말

 이름도 예쁜 복사꽃 이야기를 하자면 참 한도 없어요. 얽힌 이야기도 많고 전해지는 설화의 소재로, 고대 철학자들의 사상에도 빠지지 않습니다. 어마 무시한 존재감을 뽐내는 복사꽃은 우리가 여름이면 손꼽아 기다리는 말간 '복숭아'의 꽃입니다. 부모님께서 전원생활을 하시게 되면서 과실수의 꽃들이 참 어여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중 저는 사과꽃이 참 예쁘더군요. 각설하고 복사꽃은 그 아름다움이 진하여 화려하고 눈에 띄게 예쁜 여인에 비유되곤 했다고 합니다. 매화가 은은한 미인이라면 복사꽃은 이목구비 화려한 전형적인 미인으로 비유했다고 해요. 그래서 조선시대 기생의 이름에 '도'자가 들어가면 그 기생이 굉장히 예쁘다는 힌트가 되기도 했답니다.

 또, 복사꽃을 한자로 '도화'라고 하는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도화살'의 도화가 바로 복사꽃입니다. 연예인들의 사주에 많다고 하지요. 이성에게 매력을 풍부하게 뿜어내는 점술 학적 용어입니다. 아마도 도화의 진한 아름다움에서 비롯된 것이겠지요.

 중국의 '도교' 사상을 통해 중국인들에게는 복숭아가 영적인 힘을 가진 과일로 여겨진다고 해요. '도화원기'라는 설화에 보면 중국의 어부가 길을 잃고 우연히 들어가게 된, 세상과는 완전히 격리된 아름다운 마을에 복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고 하지요. 그 마을 사람들은 어부에게 술과 음식을 대접하고 세상에 나가 누구에게도 이 마을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후에 어부가 다시금 이 마을을 찾아가 보려고 했지만 다시는 찾을 수 없었다는 설화가 전해집니다. '무릉도원'의 전신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아무런 걱정 없이 신선들이 한가로이 노닌다는 '무릉도원'. 서양의 '유토피아'와 맥을 같이 하는 형이상학적 개념 및 장소입니다.

 실제로 무릉도원이 있을까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겠지요. 에세이의 클리셰, 세상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으니까요. 사랑에 흠뻑 빠진 순간, 우리의 마음은 '무릉도원'에 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와 사랑의 눈빛을 주고받고 애정의 마음을 나눌 때가 인간이 가장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 보다는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고 더 배려하고 그리워하며 예뻐해주고 싶어 하룻밤을, 그새를 참기 힘들어하는 사랑스러운 순간들. 어느새 사랑의 노예가 되어버린 자기 자신이 그렇게 싫지 않습니다.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행복감에 젖습니다. 사랑은 너무도 넓고 눈에 보이지도 않아 존재의 유무도 정도의 크기도 명확히 할 수 없는 바람 같은 감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명백하고 필수적이며 아름다운 감정이기도 합니다. 진한 아름다움을 풍기며 누구라도 사랑에 빠져버리게 만드는 복사꽃의 꽃말이 이해가 갑니다. 그 순간, 복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꽃비가 내리는 그 무릉도원에 서 있는 순간을 상상하면 너무 황홀하잖아요. 사랑도 복사꽃 같은 것 아닐까요. 취해버려 노예가 되어버릴지언정 그 아름다운 감정에 기꺼이 자신을 내맡길 수 있는 용기. 인생에 한 번쯤은 가지고 갈만한 이벤트. 현재 진행형이건 추억이 되었건 간에 말입니다.

 사랑의 노예가 되어 흠뻑 취해보고 또 아파보며 비와 바람에 흔들린 후에는 알맞은 결실, 보송하고 말간 복숭아가 우리의 삶에 오롯이 자리하게 될 것입니다. 귀한 과일로 여겨지는 복숭아가!

 그리고 사실 너무 맛있잖아요? 향긋하기까지, 음~


< 도화, 복사꽃, 복숭아꽃 등 이름도 많아요 >
< 향긋하고 귀여운 복숭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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