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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으로 Apr 13. 2022

4월 13일의 꽃, 페르시아 국화

'경쟁심'이라는 꽃말

  페르시아 국화의 얼굴은 참 다양합니다. 꽃잎의 색깔부터 수술의 컬러까지 여러 조합이 아름다움을 뽐내는 꽃이지요. 작년에 들판에 흐드러지게 핀 페르시아 국화를 보고 노란 코스모스가 피었다며 의아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봄에 피는 코스모스를 꼭 닮음 그 아이는 이제 보니 '금계국'이었습니다. '페르시아 국화'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페르시아 국화는 번식력이 엄청납니다. 따땃해진  위에 서로 경쟁하듯 피어나지요. 마치 그저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마법처럼 생겨나듯 빠르게 번져갑니다. 노란 얼굴이 하늘거리며 듬성듬성  존재감을 비출 때는 그에 시선을 빼앗겨 한참을 들여다보았는데, 서로 맹렬히 경쟁하며 들판을 노란 물감으로 칠해버린 후에는 오히려 무덤덤해지더군요. 그저 노오란 땅을 보는  같았습니다.

 적당 함이라는 게 세상에서 제일 어렵지요. 적당한 경쟁심, 선의의 경쟁 이런 거는 어떻게 하는 건지 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경쟁 후 반드시 따라오는 패배감이나 허무함 등의 감정을 기억합니다. 매번 승리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모든 일은 과정의 노력과 시간의 가치가 매우 중요하지만 결과를 무시할 순 없습니다. 결과에 따른 판단의 중요도도 크지요. 경쟁을 해서 이기거나 지는 결과를 얻는다는 것, 두 가지 경우의 수밖에 없다는 것은 너무나 긴장되는 일입니다. 그래서 결국 경쟁을 회피하는 성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고 나 혼자만 잘하면 되는 일을 찾아 나서게 되지요.

 하지만 사회적 인간이라면 자의적 고립이 언제까지 가능하겠어요. 길진 않겠지요. 너무 길어지면 히끼꼬모리가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생각합니다. 남들하고 경쟁은 못하겠어요. 생각만 해도 숨 막힙니다. 대신 아주 미세하게 어제의 나와 경쟁하렵니다. 지기도 하고 이기기도 하면서, 경쟁 속에 반드시 살아야 하는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저는 저와 경쟁하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물쩍 사회 속 경쟁에도 낄 수 있게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없애는 수밖에요. '경쟁심'이라는 감정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요. 어쨌든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성장해 나간다고 하잖아요.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하는 거겠죠.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런데 선의, 선의의 경쟁이 가능한가...?


< 보라 얼굴을 가진 페르시아 국화 >
< 들판에 곧 흐드러질 예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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