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심'이라는 꽃말
페르시아 국화의 얼굴은 참 다양합니다. 꽃잎의 색깔부터 수술의 컬러까지 여러 조합이 아름다움을 뽐내는 꽃이지요. 작년에 들판에 흐드러지게 핀 페르시아 국화를 보고 노란 코스모스가 피었다며 의아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봄에 피는 코스모스를 꼭 닮음 그 아이는 이제 보니 '금계국'이었습니다. '페르시아 국화'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페르시아 국화는 번식력이 엄청납니다. 따땃해진 땅 위에 서로 경쟁하듯 피어나지요. 마치 그저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마법처럼 생겨나듯 빠르게 번져갑니다. 노란 얼굴이 하늘거리며 듬성듬성 그 존재감을 비출 때는 그에 시선을 빼앗겨 한참을 들여다보았는데, 서로 맹렬히 경쟁하며 들판을 노란 물감으로 칠해버린 후에는 오히려 무덤덤해지더군요. 그저 노오란 땅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적당 함이라는 게 세상에서 제일 어렵지요. 적당한 경쟁심, 선의의 경쟁 이런 거는 어떻게 하는 건지 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경쟁 후 반드시 따라오는 패배감이나 허무함 등의 감정을 기억합니다. 매번 승리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모든 일은 과정의 노력과 시간의 가치가 매우 중요하지만 결과를 무시할 순 없습니다. 결과에 따른 판단의 중요도도 크지요. 경쟁을 해서 이기거나 지는 결과를 얻는다는 것, 두 가지 경우의 수밖에 없다는 것은 너무나 긴장되는 일입니다. 그래서 결국 경쟁을 회피하는 성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고 나 혼자만 잘하면 되는 일을 찾아 나서게 되지요.
하지만 사회적 인간이라면 자의적 고립이 언제까지 가능하겠어요. 길진 않겠지요. 너무 길어지면 히끼꼬모리가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생각합니다. 남들하고 경쟁은 못하겠어요. 생각만 해도 숨 막힙니다. 대신 아주 미세하게 어제의 나와 경쟁하렵니다. 지기도 하고 이기기도 하면서, 경쟁 속에 반드시 살아야 하는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저는 저와 경쟁하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물쩍 사회 속 경쟁에도 낄 수 있게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없애는 수밖에요. '경쟁심'이라는 감정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요. 어쨌든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성장해 나간다고 하잖아요.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하는 거겠죠.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런데 선의, 선의의 경쟁이 가능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