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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으로 Apr 15. 2022

4월 15일의 꽃, 펜 오키드

'훌륭함'이라는 꽃말

 "훌륭한 사람 되어라."

 "저는 나중에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될 거예요."

 초등학교 때 가장 많이 쓰는 표현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때는 그냥 반사적으로 이 말을 썼던 것 같아요. 어른들은 훌륭한 사람이 돼라 하고 친구들도 모두 훌륭한 사람이 될 거라 하고 나도 왠지 훌륭한 사람이 될 것 같고.

 어느 티브이 프로그램에 이효리가 나와서 했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이경규가 지나가는 어린이에 "커서 훌륭한 사람 되어라."라고 덕담(?)하자 이효리가 발끈하며 "훌륭한 사람은 무슨 훌륭한 사람이 돼. 그냥 자라면 되지!"라고 말했습니다. 기억력 상 말한 문장이 완전히 똑같지 않습니다만 맥락은 저러합니다. 무릎을 탁 치는 말이었습니다. 무의식 중에 우리는,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훌륭하게 자라라고 덕담하지만 이효리처럼 '그냥 자라라고. 건강하게만 크면 된다고.' 찐 덕담을 해주는 어른들을 많이 보진 못한 것 같아요. 커보니 알 것 같습니다. 이효리의 그 말이 맞다는 것을.

 훌륭하게 자라는 게 무엇일까요? 모호합니다. 생각하기에 따라 나는 훌륭한 사람일 수도 있고 훌륭하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위치에 올라야 훌륭한 사람이라 가정한다면 보통의 평범한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렇게 보면 어렸을 적 그렇게 염원하던 훌륭한 사람이 된 어른은 거의 없습니다. 너무 각박하지요? 저 또한 제가 어렸을 적 생각했던 훌륭함과는 거리가 있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어른이 되면 따스한 가정을 꾸리고 사회적으로도 영향력이 큰 사람이 되어 있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아닙니다. 그래서 한때는 인생의 실패자라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우울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나오고 보니 그래도 평범하고 건강하게 살아낸 것 자체가 훌륭했다,라고 깨달았...지는 않았고 그저 알게 되었습니다. '훌륭함'이란 원체 그 누구도 가지기 매우 힘든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이 세상에 태어난 거의 많은 사람들이 아주 훌륭하게는 살아가지 못한다는 것을요. 그러니 괜찮습니다. 이 정도면 됐다, 하고 만족을 깨닫고 살게 되실 분들 존경합니다. 저는 그렇게까지 제게 관대해지진 못할 것 같아요. 대신 이렇게 여겨보렵니다. 훌륭한 사람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구요. 당연하게 그렇게 남들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훌륭하지 않게. 오늘의 꽃 '펜 오키드'도 아주 보기 힘든 꽃입니다. 섬세하게 계획된 온실에서나 꽃을 볼 수 있고, 집에서나 우리나라의 자연에서 보기는 어렵습니다. '난'과에 속하는 고급 꽃인 '펜 오키드'도 훌륭한 꽃인가 봅니다. 그래도 뭐, 세상에 흔히 볼 수 있지만 예쁜 꽃이 얼마나 많나요? 저는 그중에 하나인가 봅니다.


< 펜 오키드는 '난'과에 속하는 꽃입니다. 고급꽃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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