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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으로 Mar 24. 2022

3월 24일의 꽃, 금영화

'희망'이라는 꽃말

 금영화는 양귀비과의 꽃인데, 캘리포니아 양귀비라고 부르며 우리나라 경주에 금영화 단지가 조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 꽃양귀비인데 오늘 그의 서양친구를 다루게 되어 반가움이 앞서네요.

 '희망'이라는 단어는 그저 그 자체로 벌써 반짝이는 단어 같습니다. 우리는 이 낱말에서 미래를 보고 또한 그것이 아름답게 흘러가길 바라지요. 저 또한 꽤나 희망을 품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막연해도 다채롭고, 허황되어도 귀여웠던 희망들은 저의 이십대를, 그리고 삼십대 중반까지를 빼곡하게 채웠습니다. 희망을 가지고, 희망을 이루기 위해, 희망적으로 살아왔어요. 주변에서는 그런 저를 보고 밝고, 희망차고, 긍정적이라고 하더군요. 저도 제가 그런 사람이라고, 그런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 희망 목록들의 느낌표가 물음표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가졌던 꿈과 바랐던 삶의 모습이 점점 좌절되거나 실현이 미뤄졌습니다. '왜 이루어지지 않았지?', '왜 나는 안되지?', '왜 이제까지 희망을 바라던 때의 모습 그대로지?'라는 의문을 가지며 애석하게도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엔 그 물음표가 마침표가 되더군요. '이룰 수 없구나.', '안되는구나.', '난 실패했구나.' 파도처럼 밀려들던 그간의 희망들이 절망으로 바뀌고 그 거대한 그림자가 제 자신을 덮치는 것은 한 순간이었습니다. 수많은 희망의 별 속에 살던 제가 타버린 그것의 잿더미에 파묻혀버린 것 같았지요. 더이상의 희망도 더이상의 가능성도 제겐 없는 것 같았습니다.

 혹독한 절망의 겨울을 지나 이 자리에 선 저는 사실 더이상의 희망을 갖고싶지 않습니다. 그게 무슨 서슬퍼런 말이냐구요? 아뇨아뇨, 겁먹지 마세요. 절망적으로 살겠다는게 아니라 희망을 가지고 살지 않겠다는 말입니다. 언젠가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더이상 바라는 것이 없는 사람이라는 거에요. 지금 만족하며 사는 사람이 진정 행복한 사람이라구요. 갖지 못한 것이 없고 더 많이 갖고 싶은 것이 없는 사람, 혹은 그 상태가 행복이라는 것입니다. 무릎을 탁! 치는 말이지요. 더 욕심나는 것이 없다면 갖지 못해 실망할 일도 이루지 못해 자책할 일도 없을거에요. 그쵸? 하지만 그러기 쉽지 않은 것도 알아요.

 다만 방향성을 갖고 살아보려구요. 희망을 품지 않고 더 욕심내거나 바라지 않는 삶.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기뻐하며 혹여 우연히 좋은 일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말 그대로 우연, 운, 럭키! 감사하며 살거에요. 그리 마음 먹은 순간부터 저는 왠지 엄청나게 편해졌답니다. 한 번 믿어보세요.


 '희망'

 예뻐보이지만 동시에 아프기도 한 그래서 저는 조금 거리를 두고 싶은 마음입니다. 희망없이 살겠어요! 편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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