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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 Mar 30. 2023

가장 슬플 때가 사실은 가장 기쁘다

인생을 역설적으로 맞이하는 느낌

  

출처 : 인생은 짧다( http://paulgraham.com/vb.html)


  우리 인생을 살면서 가장 슬플 때를 맞이하여 가장 괴롭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어쩌면 가장 기쁜 날이었는지도 모른다.


  20년도 훨씬 지난날 어머니가 병석에 누워 계시면서 집안상황이 점점 어려워졌다. 과거에는 지금과 같이 장기요양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병원에 입원시켜 드리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병원 입원생활을 통하여 어머니 병을 치료하려고 했으나 제대로 되지 않았다.


  평생을 병원에 가시지 않으시던 분이 병원에 입원하시니 일주일을 버티지 못하시고 집에 가시겠다고 하셨다.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주사와 약을 잘 드셔야 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집에서 병을 치료하시겠다고 하셨다.


  할 수 없이 어머니를 병원에서 집으로 모시고 집에서 아버지가 주로 간병을 하셨는데, 아버지는 완전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분이셔서 어머니에게 살갑게 대하지는 못하셨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힘이 부치셨고, 시간이 갈수록 어머니의 건강은 서산의 해가 지듯 서서히 나빠지셨다. 아버지의 잔소리를 벗나는 구박잦아졌고, 막내로서 부모님과 같이 생활하던 나도 덩달아 너무 힘들고 그 상황이 너무 슬펐다. 나는 점점 무기력에 빠지게 되었다.


  그러한 슬픔과 고통의 시간이 거의 10년이 지나서야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평소에 빨리 돌아시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던 아버지는 소리 없는 슬픔을 삼키시며 누구보다도 슬퍼하셨다.


  어머니가 병석에 누워계셨던 그 순간들 속에서 나는 너무 힘들고 슬펐다. 아버지의 간병에 지쳐서 쌍욕과 함께 빨리 죽으라고 하시는 말씀과 구박은 항상 귓전을 때렸고, 어머니의 등의 구멍은 점점 심해졌다. 아버지는 병원에서 가르쳐 주신 대로 소독을 하고 드레싱을 하셨다. 어머니는 나중에는 성인기저귀를 차시기도 하신 것 같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병시중을 하면서 점점 지쳐갔고 그러한 고통의 시간인 10년 만에 어머니가 드디어 돌아가셨다. 부끄럽지만 자식으로서 느껴서는 안 되지만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손님을 맞으며 어떤 알 수 없는 안도감과 해방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은 기쁨이 아니었다. 긴 세월이 지나 느끼는 것이지만 그 당시에는 철이 없었던 걸 깨달았다. 사실은 지나서 생각해 보니까 정말 인간다운 생활을 어머니도 하지도 못하고 우리 가족도 힘들어하며 즐거운 일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당시에는 어머니가 살아계셔서 가족과 함께 계셨던 것만으로 가장 행복했던 일이 아니었나 되돌아본다. 그러면서 나도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린다.


  모든 사람은 태어나서 만나고 이별하고 죽는다. 우리 인생이 어떻게 흘러가고 어떻게 종착역으로 이어질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아무리 좋아도,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이 순간은 흘러간다는 사실이다. 인간사가 얽히고 얽혀서 서로의 분노와 갈등이 장난이 아니다. 아수라판이라고 생각될 때도 있다. 어제의 친구가 내 발등을 찍기도 하고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기도 한다.


  우리 인간은 과연 무엇을 위해 사는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사는가? 남을 위해 사는가?


  나의 아픔과 고통이 남에게 도움이 된다면 이제는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어차피 나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슬프고 고통스러운 나날도 지나가면 사실은 어쩌면 가장 즐겁고 행복한 날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우리 인간은 가장 슬플 때가 가장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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