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케렌시아를 찾는다. 카렌시아란 스페인어로 케렌시아(Querencia). 피난처, 안식처를 의미한다. 투우 경기장에서 투우사와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소가 잠시 쉬는 곳을 뜻한다.
최근에는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나만의 휴식처를 찾는 현상으로 불리고 있다. 현대의 각박한 현실 속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편안하게 쉬기를 원한다. 그 장소에서만은 남에게 방해받지 않고 휴식을 취하기를 원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바람이기도 하다.
카렌시아 또는 케렌시아는 심리학에서 나오는 안전기지와 비슷한 역할과 기능을 한다. 원래 심리학자인 볼비가 주장한 안전기지이론처럼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안전기지와 안식처의 역할이 있는 것이다. 카렌시아에서는 누구에게도 위협을 받지 않는 안전지대이며, 그곳에서는 휴식을 취하며, 미래를 꿈꿀 수 있다.
나에게도 편안한 케렌시아가 있다. 나의 케렌시아는 두 가지 장소이다.
첫 번째는 물리적 장소이다. 그곳은 내가 갖고 있는 작은 상가건물의 1층 원래 주거지였던 곳이다. 내가 부엌 1개, 화장실, 방 1개로 이루어진 곳으로 세를 놓았지만 나가지 않자 몇 년 동안 내가 그냥 보물창고로 사용하던 곳이었다.
그곳에는 내가 만들었던 책, 논문과 참고서적들이 있다. 박사학위를 몇 개씩이나 받기 위해 소장하고 있었던 수많은 장서를 그곳에 보관하고 있다. 그리고 또한 내가 아끼는 물건들을 소장하고 있다.
사람들은 가족들에게 조차 이야기 하기 어려운 자신만의 보물창고 같은 장소를 원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무튼 나도 그곳에서는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은 나만의 물건들을 소장하고 있다. 물론 아이들과 배우자들에게도 완전 비밀의 장소이다.
그곳에는 봉사활동을 위한 장비들도 쌓여 있다. 우선 음악봉사활동을 위한 마이크와 앰프 등의 장비가 있다. 추가로 악기들이 있고 그다음 미용봉사를 위한 물품들과 재료들이 있다.
그곳에서 만큼은 나는 훌륭한 학자도 되었다가, 음악가가 되었다가, 가수가 되었다가, 연예인이 되었다가, 다시 미용사가 되었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마법과 같은 공간이다.
두 번째는 나의 케렌시아는 사람들이 모이는 유동적인 장소이다. 어쩌면 내 가슴속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수시로 변하는 장소이다. 그곳에서는 노래하고 춤추면서 모든 사람이 즐거움을 갖는 장소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노래하고 춤추는 그런 장소를 사실 광적으로 좋아한다.
그래서 10년 전부터 요양원을 방문하여 노래하고 춤추는 그런 봉사를 하고 있다. 치매 걸린 신분들이지만 나의 노래와 춤을 너무 좋아하셨고 누워서 손뼉 쳐주시는 분들께도 기쁨을 드린 것 같아 매우 끝없는 보람을 느꼈다.
그 와중에 코로나시대가 도래했었고 직장 내에서 일은 안 하고 봉사활동만 한다는 내 소문도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봉사를 하더라도 남몰래 봉사하면서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있다.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세월은 흐르고 흘러 내가 수십 년 동안 간직했던 카렌시아 2개 장소와 개념도 이제는 변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2개의 장소를 언제까지나 가슴속에 간직하려고 한다.
나아가서 두 가지 케렌시아를 간직하려는 꿈은 영원히 잃어 버리고 싶지 않은 소중한 꿈이다. 앞으로도 내가 꿈꾸는 케렌시아는 2개로 하나는 보물장소와 하나는 소극장 같은 공연장을 갖고 싶다.
케렌시아에 대한 나의 꿈과 열정이 과연 어떻게 결실을 맺거나 어떻게 이어질지 전혀 알 수 없다.
출처 : 케렌시아 하루시사상식(1018.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