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의 의사소통 유형 살펴보기
가족 내 의사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사람마다 의사소통의 유형을 갖고 있다. 과거의 우리 사회의 획일적인 가부장적 전통은 사라진 지 오래이다. 경험주의적 가족치료학자 Satir(2004)는 의사소통에 있어 자아존중감을 기준으로 삼고 다시 기능적 의사소통 방식과 역기능적 의사소통 방식으로 구분하여 새로운 가족구조 형태를 이루고 있는 것이 더 맞다.
기능적 의사소통 방식은 언어적, 비언어적 메시지들이 일치하고 높은 자아존중감을 가지고 상대방의 메시지를 경청하며 정확하게 질문하고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역기능적 의사소통 방식은 자아존중감에 확신이 없기 때문에 자기 약점이 노출되는 것을 지나치게 염려하거나 타인과의 관계가 깨질 것을 걱정하여 언어적, 비언어적 메시지가 불일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원래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다르게 나타난다면 원래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라는 것은 잘 인지하고 있었다.
기능적 의사소통 유형에는 일치형이 있으며, 역기능적 의사소통 유형에는 회유형, 비난형, 초이성형, 산만형이 있다. 이러한 의사소통 유형은 서로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지만 갈등이나 긴장 속에서 상호작용 할 때는 일반적으로 한 가지 유형을 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나의 의사소통유형은 어디에 포함하나를 생각해 본다면 자기 성찰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역기능적인 의사소통의 유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역기능적 의사소통 방식 4가지이다.
첫째, 회유형은 자신의 가치나 감정은 무시한 채 다른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비위를 맞추려 한다. 상대방에게 무조건 동의하는 말을 하고, 그들의 뜻을 따르는 것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결국 자신의 힘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준다. 결국 아부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과 그의 상황은 존중하지만 자신의 내면은 존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이 유형의 사람들은 자신의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주장할 필요나 가치가 없다고 느끼고, 상대방의 견해만을 매우 중요하다고 느낀다. 이로 인해 상대방과 서로의 다른 점을 합의하여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무조건 동의하는 행동을 한다. 자세히 살펴보니까 집안에서 무조건 배우자의 의견에 동조하는 나의 의사소통 유형이 전형적인 행태이기도 하다.
둘째 비난형이다. 비난형은 회유형과 반대로 자기주장이 매우 강하다. 비난형은 타인을 무시하고 오로지 자신만을 생각하는 유형으로, 약해서는 안된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타인을 괴롭히거나 비난한다. 이 유형은 자기주장이 강하고 독선적이며 명령적이고 지시적이다. 이들은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리고 참을성이 없으며 자신이 제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자신을 힘 있고 강한 사람으로 인식시키고자 노력하지만 내면에는 낮은 자아 존중감과 실패감이 자리 잡고 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던 항상 강해 보이려고 노력하는 배우자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겉으로는 항상 강해 보이지만 낮은 자아존중감과 결혼을 성공하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배우자의 모습 속에서 비난형을 느끼게 된다.
셋째, 초이성형이다. 초이성형은 지나치게 이성적이며 객관성과 논리성의 소유자로 자신과 타인은 과소평가하고 상황만을 중시한다.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거부하며 안전을 위하여 어떤 감정도 내보이지 않고 매우 정확하고 냉정하며 차분하고 침착하다. 이 유형은 권위적이며 논리적이고 항상 옳아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경직되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차갑고 건조하며 지루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인관계에서 외로움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실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대인관계에 힘들어하는 아들의 모습이 보인다.
넷째, 산만형이다. 초이성형과 반대로 자기와 타인, 상황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들은 스스로가 긴장감을 견디기 힘들어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산만한 행동을 함으로써 스트레스 상황을 회피하려고 한다. 따라서 산만형의 사람들은 대화를 할 때 주제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며 상대방의 이야기를 신중하게 듣지 않고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대화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또한 난처할 때는 불필요한 농담을 하거나 딴전을 피우며 횡설수설하는 등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 이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소신 있고 자발적이고 재미있는 사람으로 보이지만, 내면의 깊은 곳에는 자신의 부적절감과 무가치함이 자리 잡고 있을 수 있다. 평소의 내가 바라보는 나의 모습과 간간히 집안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아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 외의 기능적 의사소통방식은 일치형이라고 할 수 있다. Satir는 역기능적 의사소통 유형을 극복하는 의사소통 유형으로 기능적 의사소통 방식인 ‘일치형’의 의사소통 유형을 제시하고 있다.
일치형은 자신의 개성과 독특성을 인정하고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지나치게 방어적이지 않으며, 자신과 타인을 사랑하고 신뢰하며 수용하며 개방적인 사람들이다. 그야말로 융통성과 문제해결력이 높은 사람들이다. 이들에게서는 삶의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기 때문에 자신의 자원을 잘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삶이 주는 모험에 잘 도전할 수 있으며 타인과도 자연스럽게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또한 이들은 변화에 수용적인 태도를 취하여 매우 개방적이다. 항상 아빠와 엄마 사이에서 나름대로 중립을 지키며 멋진 유머를 구사하며 상황을 해결하고 평화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딸의 모습이 떠오른다.
우리 가족의 의사소통형을 정리하자면 나는 배우자에게 아부하는 회유형과 퇴직 후의 안전한 생활을 위한 자격증을 따내기 위한 산만형(혼란형)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 가족 모두가 공인하는 아내는 대표적인 비난형으로 입만 열었다 하면 상대방을 가르치려고 한다. 아들의 경우 초이성형이면서도 우유부단하고 결정력이 부족한 산만형을 택하고 있다. 오직 막내딸이 우리 가족 내에서 딸만이 일치형에 가까운 의사소통 유형을 취하고 있었다.
의사소통은 결정되지만 고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각자 의사를 결정하고 소통해 나가는 과정에서 정서를 느끼고, 생각하고, 표현하는데, 이러한 방식은 개인이 관계를 맺는 주요한 특징이며, 이것은 자신을 이해하는 중요한 통로가 되기는 한다. 따라서 자신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과거에 빈번하게 경험했던 의사소통 방식을 이해한다면, 자신이 어떤 사람이며, 무엇을 가치 있게 생각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로 안내해 주고 자아성찰을 통하여 자신의 부족한 점도 알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의사소통 유형은 평소의 자기의 선호 유형이지 고정적이지 않다. 어떤 유형도 사실은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의사소통을 고치고 어떤 의사소통 유형을 고집하고 고수하기보다는 언어적 의사와 비언어적 의사를 일치하도록 노력하여 점차적으로 안정감을 갖고 생활하고픈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