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선동 카페에서 뱅쇼 마시기: 뱅쇼 애호가가 되기로 결심하다.
익선동에서 대학 동기들이랑 한잔 하기로 약속을 잡았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매우 궁금해졌다.
세월은 유수같이 흘러 대학 졸업한 지 30년이 훨씬 넘었다. 젊은이들의 핫한 장소인 익선동 카페에서 모이자는 연락이 왔다. 익선동 젊음이 넘치는 거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일이 있어 못 간다는 카톡을 날렸지만, 간단히 일을 처리하고 미련이 남아 뒤늦게 참석하였다. 익선동은 액세서리 판매와 맛집으로 구성되어 있다.
거의 10년 만에 보는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었던 카페는 뱅쇼가 유명한 집이라고 한다. 나는 멋도 모르고 '아 그래? 그렇구나' 하면서 맛짱구를 쳤는데 친구들과 헤어진 다음 '뱅쇼'가 잘 몰라 집에 와서 찾아보았다.
네이버 지식백과 검색 뱅쇼 ([프랑스어] vin chaud)
[명사] 따뜻한 와인이라는 뜻으로, 와인에 과일과 계피 따위를 넣고 끓여 만드는 음료.
아하, 뱅쇼는 다른 것이 아니라 따뜻한 와인이구나 하고 알게 되었다. 일본의 정종은 따뜻하게 먹어본 경험이 있어 정종을 평소에 매우 좋아했는데, 이렇게 뱅쇼라는 와인도 따뜻하게 먹는다는 것이 매우 신기했다.
뱅쇼를 마시면서 마치 오래된 친구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머리가 희끗한 어느새 중년이 된 친구들 4명이 모였다.
친구들은 한국공항공사 간부직원, 설계사무소 소장, 골프장 관리자, 나는 공무원으로 나 빼고는 다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생의 정점을 찍고 있는 성공한 인생들! 하지만 인생은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모두 다 다른 뱅쇼의 맛처럼, 우리 인생도 자기만의 가치를 갖고 서로 색깔과 맛이 각자 다른 뱅쇼와 꼭 닮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너무 아쉬웠지만 다시 한번 꼭 만나기로 하고 다음 출근 등의 내일을 위해 간단히 마시고 헤어지기로 결정해서 일찍 헤어졌다.
나는 차를 가지고 간 탓으로 뱅쇼를 마셨기 때문에 대리운전기사를 불렀다. 저녁 9시 초저녁이어서 그런지 대리운전이 잘 잡히지 않았다. 거의 30분을 넘게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려 젊은 기사님이 웃으면서 나타났다. 3만 원에 종로에서 내가 사는 신정네거리까지 동행하는 것을 결정하였다.
기사분이 대리운전에 관한 팁을 주었다. 요즘은 카카오 대리가 대세라고 한다. 짧은 시간 내에 잡힌다고 한다. 비용도 저렴하고 첫 번째 손님에게는 만원 할인도 해준다고 하였다.
퇴직을 앞둔 나는 퇴직하면 부캐로 대리운전을 한번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행해 집으로 오는 동안에도 나는 가만히 있는데도 기사님이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줄줄 늘어놓는다.
자신의 나이는 45세이며 아이가 셋이고 자기는 현재 경희의료원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양육비가 많이 들어 대리운전을 나오게 되었는데 2개월밖에 아니었고 초저녁부터 12시 반까지만 일한다고 했다.
원래의 본캐가 있어서 그런지 매사에 자신만만한 여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한편으로는 나 자신의 젊은 날을 보는 것 같아서 좋은 조언도 해줄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조언해 주는 것보다도 스스로 깨닫는 것이 좋은 것 같아서 맞장구만 쳤다.
잠자리에 들면서 노사연의 노래가 생각났다. 우리 인생이 익어가는 것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카페의 외부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