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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정너'는 이기기 어렵다!

답을 정해졌어, 너는 대답만 해

by 노이 장승진

출처 : 브런치 한마디(2016. 4.19)

'답정너' 답은 정해졌어, 너는 대답만 해라는 뜻이다. 정말 답정너에 대처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결론이 정해졌으니, 당신은 따라야만 한다고 반복하기 때문이다. 다른 방법을 제시하면 말도 안되는 추가적인 사유를 보충하지만 그것은 구실일뿐이다. 정해진 답을 향해서 반복할 뿐이었다.


그만큼 결론을 깨부시고 새로 이야기하는 것은 상대편과 협상을 하거나 설득을 할 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순하게 여러가지 관망하면서 상황에 따라서 그 때 그 때 맞추어 결론을 내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면, 당신은 여지없이 '답정너'에 따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어제 나도 모르게 상대편과의 좋은 결과를 협상을 하다가 '답정너'에 완패한 경험을 갖고 있어 공유하고자 한다.


내가 겪은 세입자와 건물주의 동파사건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며칠 동안 겨울한파가 연일 계속되었다. 나도 작은 상가점포를 갖고 있어 미용실을 임대하고 매월 50만원을 월세를 받고 있었다. 가급적 불편함을 없애주기 위하여 여러모로 신경을 쓰고 있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임대한 영업주인 미용실 여자사장님은 나보다도 부자였으며 사람도 괜찮아 보여 우리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번 동파사건 전에는 말이다.

그런데 그저께 전화가 왔다. 이번에 수도가 얼었다고 하면서 깜빡하고 미용실 수도를 안 틀어놓았다고 하면서 수도를 녹이는 방법을 문의해 왔다.


나는 일단 수도를 드라이기로 녹이고 수도계량기를 부분을 다음 녹이라고 친절하게 답변하고 그래도 안되면 수도녹이는 업자를 부를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 했다.


잠시 후 전화가 왔는데 수도는 녹였는데 이번에는 미용실 내벽에서 물이 샌다고 하는 것이었다. 천장도 아닌 수도관 옆에 물이 샌다고 하여 매우 의아스럽게 생각하면 근무중이었으므로 근무 끝난 뒤에 현장에 미용실로 가겠다고 하면서 내가 잘아는 설비집을 부르기로 하였다.


내가 전화한 설비업자가 현장을 살펴본다음 일이 밀려 지금은 당장 안되고 내일 아침 공사를 하겠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미용실사장님은 수도를 꺼놓으면 장사를 할 수 없다고 자기가 아는 수도설비업자를 부르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새로운 업자가 본다음 물이 새는 수도파이프를 찾았다고 해서 공사를 해야 한다고 해서 나는 당장 공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공사를 동의했다.


이때부터 나의 첫번째 실수가 있었다. 나는 일단 공사부터 하고 그 책임소재에 따라 공사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것은 나만의 생각이었고 미용실 사장님은 일단 그 때부터 공사비는 무조건 건물주가 해결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따라서 공사전에 공사비의 정확한 결정이 있어야 했다.


물이 새는 수도관을 잡아서 공사가 끝났다.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나는 설비업자에게 공사비가 얼마인지를 묻고 그 다음 미용실사장님에게 건물노후에 의한 누수가 아닌 동파대비에 의한 누수는 법적으로 세입자의 책임이 있음을 인터넷 사례들을 이야기 하며 알렸다. 그러자 세입자사장님은 다른 가게의 사례에서는 집주인이 공사비를 부담해주었음을 이야기 했다. 그 와중에 미용실 남편이 등장했고, 자신의 배우자인 미용실 사장님을 옹호하기 시작했다.


이 지점에서 나의 두번째 실수가 있었다. 그것은 나는 집주인으로서 건물도 노후되고 도의적인 책임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 협상이 필요하다. 공사비가 60만원이니까 내가 40만원 부담하고 미용실원장님이 20만원 부담하는 것이 어떨까요? "제안하였다. 너무 빨리 내 카드를 드러냈다.


지금 생각하니 너무 바보같은 제안이었다. 공사비를 6대 4로 정한 것 부터가 내 잘못이 더 크니 나머지는 도와달라의 식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한심스럽게 생각한 제안이었고 이 제안이 떨어지자 마자 벌떼같은 공격이 이어졌다.


"그건 절대 안되요, 이것은 건물과 수도관 노후에 따른 누수예요. 공사하시는 분에게도 물어보세요" 하였다.

공사업자는 미용실사장님을 두둔하는 말을 했고, 내가 건물관리는 세입자의 의무라고 이야기 하자 그말도 맞다고 하였다.


한번 상대편 미용실 사장님은 스스로의 결론을 내리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관철시키려고 노력을 하였다. 임대한지 5년이 넘었는데 그동안에 있었던 일을 다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그때 그때마다 미용실 사장님의 남편은 옹호를 하기 시작했다.


건별로 내가 설명하고 반격을 했지만 전혀 먹히지 않았고 미용실 사장님은 나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나는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두손을 들었다. 공사비 전액을 내가 부담하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언성이 높아질뻔 했고 사이가 완전히 나빠졌다. 나는 너무 바보같이 세입자의 말을 따라주었구나 하는 자책감에 시달려서 잠도 잘오지 않았다.


이번 동파사건을 계기로 나름대로 협상에 있어서 중요한 점을 깨닫게 되었다.


첫째, 협상을 할 때는 백지부터 시작해야 한다. 상대편이 결론을 갖고 있는 이상 협상이 될 수 없다. 상대방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결론을 내리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백지부터 시작하는 출발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둘째, 자신이 갖고 있는 카드를 너무 일찍 드러내서는 안된다. 나는 너무 쉽게 내가 갖고 있는 카드를 드러냈다. 내가 갖고 있는 카드는 공사비를 일부지원하는 것이었다. 내가 60%를 지원하겠다고 하자 내가 잘못을 인정한다고 오해하고 손쉽게 그것은 절대로 안된다고 단칼에 거절하였다.


셋째, 협상은 1대1로 해야 한다. 세입자의 남편이 등장하여 계속 자기 배우자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였는데 말도 안되는 말이었지만, 기분나쁠까봐 제동을 걸지 않았는데 협상에 있어서는 반드시 동등하게 1대1로 해야 한다.


넷째, 협상전 사전작업이 부족했다. 협상하기전 세입자는 벌써 공사업자와 입을 맞추어 상황을 정리하여 놓았다. 그야말로 '답정너'상황을 만들어 놓았다.

법학을 공부하고 박사학위도 있으며, 스피치학원을 10년째 다니고 있는 나에게 나름대로 뼈아픈 경험이 되었다.


하지만 괜찮다. 세상일은 마음대로 안되잖아!


나는 최선을 다했어 라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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