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형성, 개선방법, 권유형
우리는 불가피하게 지적을 해야만 할 때가 있다. 그리고 거꾸로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지적을 받을 때 기분이 좋지 않다. 따라서 지적을 할 때는 충분한 라포가 형성된 다음에 해야 하며, 구체적인 개선방안과 함께 조심스럽게 이야기해야 한다. 개선방안도 고쳐보시면 어떨까요? 하고 권유하는 듯한 예의 바른 표현을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하게 모든 것을 완전히 건너뛰고 지적을 신속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서 '나는 죽어도 거짓말은 못해'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매우 통쾌해하기도 한다. 그러면 사실 상대방을 위한 지적은 비난 밖에 되지 않는다.
지적은 가급적 안 하는 것이 좋으며 불가피하게 지적을 하게 될 때에는 앞에서 말한 대로 세 가지 상태인 라포형성, 구체적 개선방법, 권유형으로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첫 번째는 라포형성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해야 한다. 라포는 우리나라 말로 친밀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친밀감이 충분히 이루어진 상태에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적질은 오래 쌓아온 관계를 단순 간에 끊어버릴 수 있다.
두 번째는 구체적 개선방법이 제시되어야 한다. 지적질을 당한 당사자의 지적사항은 사실은 누구보다도 당사자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자신의 단점이다. 하지만 습관으로 고착되어 너무 고치기가 어려워 숨기거나 회피했을 뿐이다. 개선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는 지적사항은 일방적인 공격일 뿐이고 상대방의 심리적 고통과 충격을 줄 뿐이다. 또한 개선방법은 구체적으로 상대방이 알기 쉽게 자세하게 설명해 주어야 한다.
세 번째는 권유형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지금도 괜찮지만 한번 고쳐보면 어떨까요' 하는 말로 해야 상대방이 편안한 상태에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고착된 자기 자신의 습관을 고치려고 노력할 것이다.
나의 경험을 이야기해보자면, 나의 경우 35년 차의 공무원이며, 법학, 사회복지학, 상담심리학의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로서 야간대학에서 10년 동안 강의한 이력이 있다. 하지만 정확한 발음과 논리적 의사표현능력을 높이기 위해 스피치학원을 8년째 다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남에게 말하는 데 있어서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얼마 전 스피치학원에서 새롭게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미인풍의 여자 강사님의 강의가 있었다. 강의에 이어 짧은 스피치를 회원 모두가 돌아가면서 시연하였다. 강사님은 강의시연이 끝난 뒤 간단한 평가와 함께 지적을 하였다.
나에 대해서는 내가 하는 스피치가 전혀 논리적이지 못하고 횡설수설하며, 눈 맞춤이 흔들리고 계속적으로 불안한 손동작을 보인다고 평가하였다. 상대적으로 다른 회원들에 대하여는 눈 맞춤도 잘하고 비교적 많은 점에 대하여 칭찬을 하였다.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그 평가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크게 실망하고 나아가서 분노하는 마음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그 평가를 들었을 때 머리로는 강사님의 이야기를 100% 객관적인 평가라고 공감하였지만 가슴으로는 짧은 순간에 큰 충격과 좌절감을 경험했다. '기껏해야 30살밖에 안 돼 보이는 데, 직장생활 35년에, 3개 분야인 박사인 나의 스피치를 그렇게 혹평하다니, 횡설수설이라고? 용어선택도 그렇고, 어이없네' 하는 생각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다음부터 그 강사님이 오는 날은 얼굴을 마주칠 자신이 없었다. 지금도 그 스피치학원에 나가고 있지만 그 강사님이 오는 날은 학원을 나가지 싶지 않았다.
양약은 입에 쓴 법인데, 왜 그렇게 상대방의 순수한 충고를 나는 왜 제대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서 부끄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였다. 하지만 깨달은 것은 나의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도 나의 정체성이 되어버린 만큼 습관이 된 나의 단점은 그렇게 쉽게 고치기는 어려운 것임을 깨달았다
그러면서도 그 강사 선생님이 조금만 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지적할 때에는 라포형성과 구체적 개선방법과 권유형으로 이야기해 주었으면, 용어선택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써 주었으면, 내가 그 강사님의 말에 이렇게 고통받지 않고 내 결점을 쉽게 고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우리 인간은 계속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으므로 앞으로 나의 스피치실력은 향상될 수도 있고, 전혀 향상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퇴직 후 계획하고 있는 심리치료사나 언어치료사가 되어서도 내담자들을 만날 때 나의 한마디가 중요하다는 오늘의 생각은 결코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