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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예 Feb 28. 2022

긍정적인 밥

19번  마을버스 정류장 앞에

여든  다 된 할머니가 봄나물을 팔아


오천 원 한 장에

냉이를 봉지 가득 담아주시는데

색시처럼 옆으로 포갠 할머니 무릎이  

바닥에 붙어 꼼짝도 않네

날이 아직 찬데

그 자세 그대로  굳어 버렸나 봐


이 나물   돈 

병원비에 쓰시면 어쩌나

그 말은 꿀꺽 삼키고

할머니 파마가 참 예쁘시네요 그랬어


오는  길  내내

냉이를 어떻게 무쳐 먹을까

생각을 했지


흙 털고

잔뿌리  긁어내고

흐르는 물에 살살 씻어


끓는 물에 얼른 담다가

소쿠리 받쳐 찬 물에 헹궈야지


큰 양푼에

마늘 넣고 간장 넣고

들기름 두르고

조물조물 무쳐야지


나물 싫다는 내 새끼 입에 억지로

넣어주고


쓰고 맛없어!  퉤 하면

퉤 하면……

그때 비로소 물이 날지도 몰라


가끔은 몸을 숙여야 하고

버스를 타거나 걷기도 하고

지갑에 카드 말고 잔돈은 꼭 있어야 하고

입에 쓴 것도 먹어야 한다고,

그래야  사람 사는 것이라고

얘기해 줘야지


그리고 나는 밥에 비벼

맛있게 먹을 거야


세상 어느 곳 뉴스에서는, 나와 똑같은 사람에게 포탄을 겨눈다는데

그리고 누군가는 이런  때에

그 나라 주식을 사야 한다는데


19번 마을 버스정류장

길거리에 조르르 누웠던

한 줌 봄나물이 얼마나 고왔던가 생각하면서






* 함민복 시인 님의

시 제목을 그대로 가져 온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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