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산책: 수필
눈을 떴다.
낯선 천장이 보였다.
집이 아니다. XX대학병원, 그것도 중환자
실이다.고개를 돌리니, 머리에 붕대를 칭
칭 감은 사람들이 일렬로 누워 있다.
왼쪽은 자연산 미라들, 오른쪽은 인공산
미라들이 또박또박 줄을 맞췄다.
그 사이에 나는, 몸을 꼼짝할 수 없는 상
태로 눈만 껌뻑였다.
‘여기가 대체 어디지?’
뼛속까지 스며드는 공포. 전신마비인가
싶을 정도로 팔, 다리, 감각이 없다.목이
말라 말하려 해도 간호사의 단호한 말이
돌아온다.“마시면 안 됩니다. 위험해요.”
발을 퉁퉁 굴러 신호를 보내니 귀찮은
얼굴의 간호사가 다가와 툭 내뱉는다.
“선생님, 살아나셨어요.”
순간, 얼어붙었다.
죽었다 살아난 건가?
말도, 몸도 따라주지 않아 물어볼 수 없었
다.가만히 누워있자, 기억이 하나 떠올랐
다.화장실에서 ‘와장창’ 넘어진 순간. 그게
마지막이었다.
119 사이렌 소리, 그리고 여기. 그렇게 나
는 실려와 있었던 것이다.2주 후, 일반병
실로 옮겨졌다.머리와 손목, 다리에 바늘
이 박히고 링거 줄은 거미줄처럼 감겨 있다.
병원은 내가 글 쓰는 사람이라는 사실 따
윈 잊은 듯, 마구 찌르고 흔들었다.또 2주
가 지나자, 조선족 간병인의 도움으로
휠체어에 앉았다.
인터넷이 되는 층으로 이동해 노트북을
켰다.메일함엔 언론사 원고 청탁들이 줄
줄이 쌓여 있었다.
손가락 하나 겨우 움직이며 ‘똑딱똑딱’
독수리 타법으로 글을 썼다.비록 글자
하나 쓰는 데도 이마에 땀이 맺혔지만,
그건 분명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주변 의사와 간호사들이 수군댔다.
어떤 이는 손가락으로 머리를 돌리며
‘정신 나갔다’는 신호를 보냈고,어떤 이는
‘다시는 아래층에 못 가게 하라’며 강제
추방령까지 내렸다.
하지만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간호사에게 윙크하고, 간식과 선물로 호의
를 사고, 눈치를 줬다.“이 양반, 생긴 대로
논다”던 간호사도 어느새 빙긋 웃었다.그
렇게 글쟁이의 본능은 병원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살아 있으니 좋다.오늘따라 간호사 화장
품 냄새도 향기롭고,쥐 잡아먹은 듯한
립스틱, 짝짝이 귀걸이,질서 없이 흔들
는 힙의 모션도 경쾌하게 느껴졌다.
삶의 리듬이 다시 귓가에 울렸다
.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주삿바늘이었다.
“선생님, 따끔합니다.”이번엔 허벅지 부
근에 큼직한 바늘이 깊숙이 꽂힌다.
“아이고야, 살아 있네, 살아 있어!”
죽은 자는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이 아픔은 분명 살아 있다는 신호다.
나는 다시 휠체어를 타고 ‘브런치의 내 방
’으로 갈 꿈을 꾼다.염라대왕의 초대장을
슬쩍 밀쳐두고,간호사에겐 귤 한 바구니,
간병인에겐 포도 한 송이를 건넨다.
나에겐 인터넷이 생명의 연장선이고,
원고는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손끝으로
이어지는 글자마다 생의 숨결을 불어넣으
며 나는 세상에 외친다.
‘아직 살아 있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몸뚱이지만, 쓰는
혼은 여전히 펄떡인다.누군가는 내 글을
기다리고, 누군가는 웃다가 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한 자라도 더 써야
한다.
읽는 이의 마음에 작은 떨림 하나라도 남
기기 위해.작가는 쓰는 이가 아니라, 쓰지
않고는 못 견디는 사람이라 했다.여기가
병원이든 천국 입구든 상관없다.
내 문장이 닿는 곳까지, 나의 생도 함께
닿기를 바라며.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여전히,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