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상(斷想)

마음의 산책: 시

by 하태수 시 수필

가을 단상(斷想)



꼭두새벽,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침묵의 시간.


부엌 유리창에 비치는 내 그림자 하나.

벗어 놓았던 일상을 다시 주워 담아

물끄러미 오늘과 마주 서서 인사한다.


묵은 솔방울, 햇 솔방울,

눈만 뜨면 목이 타는 세상 속에

정성스레 수발들고

옷 입혀 가시밭길로 내보낸다.


솔바람에 시들어가는 담쟁이넝쿨,

그 모습이 꼭 내 삶 같다

고요한 새벽, 적막이 내려앉은

가을빛 화장대 앞에 앉아

남루한 일상의 회한 속으로 스며든다.


가시 돋친 날들만 걸치고

고목처럼 굳어버린 시간을 끌어안고

살아온 세월인지,

빛바랜 장신구들조차

말없이 나를 외면한다.]


변변한 옷가지 한 벌 없이,

묵은 농짝은 처연하게 삐걱이며

나를 위로한다.


주름진 내 육신,

무엇으로 달래야 할까.

쪼그려 앉아 거울 속을 들여다보니

낯선 여인 하나


머리핀을 입에 물고,

낡은 장롱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길게 한숨짓는다.


그러다 문득,

창문 너머 다가온 가을을

다시 한번

두 손 가득 움켜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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