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 함께 거머쥐고

마음의 산책: 시

by 하태수 시 수필

지팡이 함께 거머쥐고



늙어서 미안합니다.

힘이 없어, 더 미안합니다

당신에게 이 마음

어떻게 전해야 할까요.,

어젯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마음 한편이 죄송했습니다.


시간 날 때면

사랑하는 님 곁으로 달려가야 하는데,

방금 전 당신 마음을 들여다보며

일상의 결을 한 올 한 올 읽다 보니

스쳐 가는 세월의 껍질이

하나둘 벗겨졌습니다


당신은,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맑고 청순한 사랑,

내가 자랑하고픈

참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늘,

제가 먼저 부족했고

당신께 다 채워드리지 못했지요


그래서 이제는,

시간 날 때마다

이 지팡이에 의지해 주세요.


부디 이 마음도 함께 쥐어 주십시오.

이제 우리는 노인이잖아요.

죽을 때까지 품고 다녀야 할 눈물은

그만 흘려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늦게나마

사랑의 지팡이 꼭 거머쥐고,


우리, 이곳에 쌓인

염려도 한숨도,

씁쓸한 웃음도 함께 나눕시다.


하늘 한 번 보고,

땅 한 번 보고,

혹시 마음에 남은 노래 하나 있다면


이제는,

“누군가 당신 위해 기도하겠지요”


우리 두 손 꼭 잡고,

그 노래처럼

끝까지, 동행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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