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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똥세

마음의산책:수필

by 하태수

포도똥세



‘포도똥세’란 포인터, 도사, 똥개, 셰퍼드

네 마리 개(犬) 종류의 앞 글자를 따서

저가 지어준 이름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웃집에서 암컷 똥개

를 묶어 기르는데, 발정이 오면 온 동네

수캐들이 들끓어 낮밤 가릴 것 없이

개싸움판이 벌어진다.


그리고 석 달쯤 지나면 어김없이 새끼

가 태어난다. 어떤 해에는 네 마리, 또

어떤 해에는 여덟 마리. 누가 아비인지

알 수 없고, 모두 어디 하나 빠짐없는

똘똘한 강아지들이다.


그렇게 한철 반짝이다 겨울이 오면

하나 둘. 사라진다. 이런 강아지들은

시골에서는 돈 주고 사는 게 아니다.

새끼를 많이 낳은 집에서 한 마리씩

나눠주고 아니면 개장수들이 스피커를

달고 “개 삽니다, 강아지 삽니다!”

외치고 다니면, 골목마다 나서서 몽땅

넘기기도 한다.


아니면 여름철 보양식으로 다리 밑에

가마솥에 삶아 먹기도 한다. 그게

그 시대적 삶이 곧 우리 시골의 풍경

이 였다.


우리 집 ‘돌이’는 옆집에서 버려져

다죽어 가던 수놈 강아지였다.

축 늘어진 채 퇴비장에 던져졌던 그

생명을, 내가 주워다. 닭장 양철지붕 위

에 올려놓고,햇볕 좋은 날 타월 하나

덮어가며 살려냈다


몸을 닦아주고, 심장을 살짝 눌러주며,

입으로 인공호흡까지 했다.한 시간쯤

지나자 녀석이 꿈틀거리며 살아났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었다.

어머님은 ‘돌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셨

다. 믹스견인 돌이는 이제 대략 세 살쯤

된다


붉은색 도사견에 포인터 얼룩무늬가

섞여 있고, 귀는 작고 뾰족한 진도견을

닮았다. 주둥이는 셰퍼드처럼 길쭉하게

튀어나왔고, 체격은 동네 똥개 수준이다.


돌이는 아무거나 잘 먹는다. 아이나

어른이나, 누구에게나 꼬리를 흔들며

졸졸 따라다닌다. 우리 집 마당이 약

400평 정도 되는데, 대청마루 아래

짚가마니, 헌 옷가지 넣어주면 거기서

사시사철 지낸다.


내가 경운기를 몰고 마을 어귀에만

들어서면, "돌이"는 귀신같이 알고

마중 나와 애교를 부린다.


나는 밀짚모자를 벗으며 “물어! 갔다

놓아!”외치면, 돌이는 신통하게도

물었던 것을 대청마루에 가져다 놓는다.


강아지 시절 귀찮게 신발 물어뜯기를

유독 좋아해, 나는 면티셔츠를 둥글게

말아 “물어! 놓아!” 하며 장난반 교육반

으로 놀아주곤 했다.


잘 물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소주

안주로 남은 오징어 다리를 주면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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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늦게 피는 꽃이 더 향기롭듯, 이제야 삶의 향기를 글로 피워냅니다. 경주에서 태어나 단양과 서울을 오가며 시와 수필 써내리며, 한 줄 문장에 세월의 결을 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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