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마음의 산책: 시

by 하태수 시 수필


처음처럼


새해가 밝는다

열린 마음, 새 마음, 새싹처럼


새가 숲을 골라 앉듯

내 머무는 곳을
조용히 둥지로 가꾸며
스스로를 돌아본다


자연과 인생의 감흥에

깊이 젖어
한 줄 시로 써 내려가는 순간들
생활에도 생기가 돌고


잡초를 뽑을 때는 번뇌를 뽑고
먼지를 털어낼 때는
망상을 털어낸다


한평생을 헛되이 산다면

뒤늦은 한(恨)만 남는다
그래서
한 번쯤은 돌아보아야 한다


해와 달이 뜨고 지는 사이
늙음이 오는 이 나이에

이제는 남을 위한 봉사처럼
처음의 마음으로
처음의 뜻으로


헛된 상상과 공상에 얽매이지 말고

스스로를 높이며
남을 낮추기보다
세월이 묻은 주름 속
지혜와 진심으로


줄 것이 없어도

따뜻한 마음 하나 내어주는 것
그것이 가장 큰 시주(施主)

죽을 때
가져갈 것은 하나
내가 지은 업(業)뿐


비록 스님이 아니어도

삶의 벽 앞에
한 번쯤은 면벽(面壁)하듯
자아를 성찰해 보자


이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싸는 마음처럼
새싹처럼
처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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