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산책: 시와 수필.
다시 만난 시 한 편
<할머니 치마폭과 다시 만난 시 한편>
할머니의 치마폭과 다시 만난 시
언제 올려두었는지 까마득한 글이
었습니다. 인터넷이라는 광활한 바다
속을 헤매다, 우연처럼 다시 제 눈에
들어온 한 편의 시. 마치 오래전에 잃어
버렸던 소중한 사진 한 장을 발견한 것
처럼, 마음이 철렁 하고 눈가가 따뜻해
졌습니다.
아, 이 시가 아직도 "여기 살아 있었구나"
오래전에 어느 분이 “브런치 작가방”
에 제 시를 올려주셨습니다. 비록 손에
잡히진 않지만, 누군가 이 시를 읽고
마음속 어딘가가 울림을 받았을 거라는
그 상상만으로 도 벅찼습니다.
잊히지 않고, 유영하듯 떠돌아다닌 그
시 한 편이 저를 다시 불러 세운 셈이
지요.그리운 사람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여전히 그리운 사람입니다.
할머니의 치마폭에 묻어 있던 사랑이,
오늘도 이 시를 타고 제 곁에 다시 와
주었습니다. 그 시를 이곳에서 발견
하고 다시 한번 올려봅니다.
===
시
그리운 할머니
/하태수
나 어린 시절
뛰어놀던 코흘리개
할머니 한데 붙들려
우물가 쪼그려 앉자
양은대야 물 찍어
내 얼굴 닦으면
치마폭 사랑 가득
개구쟁이 때 꼬장물
마당에 확 뿌리니
땅 위에 얼굴 내밀던
차돌이와 차순이
빤질거리며
마주 보다
까르르 웃더라.
===
재구성
할머니의 치마폭과 다시 만난 시 한편
내가 오래전에 쓴 시「그리운 할머니」
가 누군가의 손을 거쳐 다시 떠돌고
있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는, 곧
따뜻한 물결이 올라왔다. 잊힌 줄만
알았던 나의 시 한 편이, 이 넓은 세상
어딘가에서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었던
것이다.
나 어린 시절
뛰어놀던 코흘리개
할머니 한데 붙들려
우물가 쪼그려 앉자
양은대야 물 찍어
내 얼굴 닦으면
치마폭 사랑 가득
나는 그 시절, 할머니 치마폭에 얼굴을
묻고 자란 아이였다. 마당 흙탕물에
구르고,개구쟁이 짓으로 옷이 더러워
져도 할머니는 ‘또 그래놨구나’ 하며,
꾸지람보다 먼저 양은 대야에 물을
받으셨다.
그 손길은 거칠었지만, 그 안에는 온
삶의 사랑이 스며 있었다. 마당에는
이름 모를 들풀들이 있었고, 흙먼지
위로는 언제나 내 발자국과 웃음소리
가 뒤섞여 있었다.
할머니는 늘 그 자리에 있었고, 나는
그 치마폭 안에서 자랐다.
개구쟁이 때 꼬장물
마당에 확 뿌리니
땅 위에 얼굴 내밀던
차돌이와 차순이
빤질거리며 마주 보다
까르르 웃더라
이제 그 할머니는 하늘에 계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 치마폭의
냄새와 온기를 기억한다.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 삶의 가장 순수한
사랑이었다.
나는 이제 할아버지가 되었고,
언젠가 내 손주도 나의 품을 치마폭
처럼 기억해 주길 바란다.
지금은 나의 마음속에서,
할머니는 시가 되고,
나는 그 치마폭의 따뜻함을
글로 써 내려간다
===
오늘 아침 [마음의 산책] 길에 오래된
시 한 편 읽어 보시고 씽긋거리다가
옅은 미소로 늘 환한 태양과 달님을
맞이 하면서 건강한 하루가되시길
두 손 모읍니다.
고단한 하루생활 속에서 그 마음 심시
(心施) 강건해 지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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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근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