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정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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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은 어떤 책을 함께 읽어볼까요?

오늘 소개할 책은 한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소설 『흰』입니다. 노벨위원회 인터뷰에서 한강은 이 소설에 대해 “자전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간 매우 개인적인 책으로 추천합니다”라고 말했는데요. 소설은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에까지 오른 작품으로 문장력이 매우 빼어난 것이 특징입니다. 그래서인지 『흰』에 관해 인터넷서점 리뷰에는 시를 읽는 것 같다는 평이 많습니다. 부커상 운영위원회는 이 작품에 대해 “애도와 부활, 인간 영혼의 강인함에 대한 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 한강 작가 하면 노벨문학상 수상을 빼놓을 수 없겠죠? 2024년 초겨울 최고의 이슈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주목을 받았는데요. 특히 『채식주의자』나 『소년이 온다』가 많이 언급되었고요. 실제로 주변에서도 이 책들을 읽었다는 분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두 작품이 사람들에게 더 많이 이야기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저 또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앞서 읽었던 작품은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뿐이었는데요. 한강의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역사적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하고 시적인 산문.” 이러한 맥락에서 보자면 독자분들이 가장 궁금하셨을 책은 역사적 트라우마를 소재로 한 것이었을 텐데요. 그중에서는 『소년이 온다』가 분량도 적은 편이고, 많이 알려진 이야기라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물론 잘 쓴 작품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채식주의자』는 한강의 초기작으로 한강을 알린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책으로 2016년 5월 한강은 한국인 최초로 부커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당시에 그 점이 이슈가 되어 『채식주의자』가 관심을 받기도 했었죠.


3. 역사적 트라우마를 소재로 한 『소년이 온다』와 한국인 최초로 부커상을 수상한 『채식주의자』. 설명만으로도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네요. 그럼 이제 본론으로 돌아와서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죠. 인터넷에 한강의 작품을 검색하면 책의 목록이 꽤 되는데요. 한강의 많은 작품 가운데 『흰』을 소개해주시려는 이유가 있을까요?

동시대에 같은 나라의 사람이 노벨문학상을 받을 확률이 높은 편은 아닐 텐데요. 그래서 저 또한 한강의 작품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고요. 『채식주의자』나 『소년이 온다』는 물론 잘 쓴 작품이지만, 제 마음을 무겁게 하는 소재여서 그런지, 조금은 다른 결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서점에서 한강의 책들을 살펴봤는데, 『흰』은 글밥도 많지 않고, 문장도 아름다워서 이전에 제가 알던 한강의 작품과는 다른 감동을 주지 않을까 싶어 선택하게 되었고요. 책을 읽고 나니 청취자 여러분들에게도 한강의 다른 결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 싶어 『흰』을 소개해보자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4. 『흰』이라고 하면 소설의 내용을 짐작하기가 어려운데요. 한강 작가 스스로도 『흰』을 ‘자전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간 매우 개인적인 책’이라고 했다니 그 내용이 더욱 궁금하네요. ‘흰’은 ‘흰색’할 때 그 ‘희다’를 뜻하는 걸까요?

네. 맞습니다. ‘작가의 말’에서 한강은 모국어에서 흰색을 말할 때, ‘하얀’과 ‘흰’이라는 두 형용사가 있고, 솜사탕처럼 깨끗하기만 한 ‘하얀’과 달리 ‘흰’에는 삶과 죽음이 소슬하게 배어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쓰고 싶은 것은 ‘흰’ 책이었다고 보태지요. 나아가 이 책의 시작은 한강의 어머니가 스물넷에 혼자서 갑작스럽게 낳은 아이가 두 시간 만에 숨을 거둔 것에 대한 기억이어야 할 거라고, 어느 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 아이는 한강의 언니고요. 그래서 소설은 "흰 것에 대해 쓰겠다고 결심한 봄에 내가 처음 한 일은 목록을 만든 것이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소설 『흰』은 그 언니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삶과 죽음이 소슬하게 배어 있는 작품인 셈이지요.


5. ‘하얀’과 ‘흰’이라는 두 형용사의 뉘앙스 차이를 분명하게 잡아내는 작가의 능력이 탁월하게 느껴지네요. ‘흰’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을 보면 한강은 진정한 이야기꾼이구나 싶기도 하고요. ‘한강’ 하면 앞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아름다운 문장을 빼놓을 수 없을 텐데요. 이 작품 또한 제목에서부터 그런 느낌이 드네요.

개인적으로 한강의 작품을 읽다 보면 깊은 바닷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요. 세상과 차단되어 내가 작품 속을 걷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건 한강의 통찰력과 이를 표현하는 문체 때문이 아닐까 하는데요. 특이 이 책은 한강의 통찰과 문체의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르렀다고 할 만큼 모든 문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시 같다’는 어느 리뷰어의 평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언니가 그렇게 되지 않았더라면, 자신은 세상에 없을 수도 있었음을 서술하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요. 모든 문장을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이것만은 청취자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만일 당신이 아직 살아 있다면, 지금 나는 이 삶을 살고 있지 않아야 한다. 지금 내가 살아 있다면 당신이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어둠과 빛 사이에서만, 그 파르스름한 틈에서만 우리는 가까스로 얼굴을 마주본다.”


6. 네. 오늘은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숨을 거둔 언니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삶과 죽음이 소슬하게 배어 있는 한강의 자전적 소설 『흰』을 소개해주셨는데요. 한강 작가 개인의 역사적 트라우마를 다룬 작품이라는 맥락에서 의미가 있지 않았나 합니다.

네. 한강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자신의 삶을 감히 언니에게 빌려주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그녀에게 더운 피가 흐르는 몸을 주고 싶었기 때문에, 우리가 따뜻한 몸을 지니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매 순간 어루만져야 했다고 말하죠. 그리고 이렇게 말을 맺습니다. “어쩌면 아직도 나는 이 책과 연결되어 있다. 흔들리거나, 금이 가거나, 부서지려는 순간에 당신을, 내가 당신에게 주고 싶었던 흰 것들을 생각한다. 나는 신을 믿어본 적이 없으므로, 다만 이런 순간들이 간절한 기도가 된다.” 이 작품은 어쩌면 한강 작가가 자신의 언니를 애도하는 방법이지 않았을까 하는데요. 애도가 필요한 순간, 누군가에게 한강의 작품 『흰』이 위로가 되어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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