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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 엔지니어 Nov 06. 2022

차이 그룹이 무너졌다

항공엔지니어,  두바이,  회사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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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를 떠난 지 벌써 5개월이 넘어간다.  두바이의 동료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내가 두바이에 6년 전에 라인 매인트넌스 팀에 처음에 소속되어 근무를 시작했을 때였다. 에미레이트 항공에는 전 세계의 170여 나라에서 온 직원들아 함께 근무하고 있었다.

서로 살아온 환경도, 나라의 경제 수준도, 그리고 삶에 질도 너무 차이가 나서 쉽게 모임을 갖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유럽 나라 동료들, 인도인, 파키스탄인, 중동 인, 아프리카 인들,  아시안, 그리고 필리핀 등의 그룹이 되어 각자 따로따로 놀고 있었다.


나 혼자 한국에서 온 엔지니어였다. 난 그 어느 소속에도 들지 않았다.  인도와 파키스탄 엔지니어 그룹에서 다행히 따뜻하게 받아 주고 쉽게 안정을 찾을 수가 있었다.

'어떻게 해야 이들과 모두 친해 질까?'


내가 시도한 방법은 출근하고 만나는 모든 동료에게 '하이!' 하고 인사를 건네는 것이었다.


그리고 출근을 하고 보이는 모든 동료들을 불러 '차이 (밀크 티)'를 사주면서 대화를 시도했다.


그렇게 모인 동료들은 '차이'를 마시면서 서로 알게 되고 친해지고 핸드폰 채팅 그룹에 '차이 그룹'을 만들어 서로 어려운 일이 생기면 도움을 주고받았다.


누군가 근무 중에 시간이 나서  '차이 타임' 하고 메시지를 남기면 근처의 동료들이 모여 살아가는 얘기를 하곤 했었다.


이 차이 그룹 멤버가 점점 늘어나면서 나라와 상관없이 대부분 가입을 하고 모임을 갖었다.

6개월 전에 회사를 떠나 호주에 온 뒤로도 이 채팅 방에서 나오지 않고 동료들과 가끔씩 안부 인사를 하곤 했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메시지가 뜸해졌다.


그리고 며칠 전에 동료에게서 소식이 들려왔다.

더 이상 차이 그룹에 동료들이 메시지를 남기지 않는다고...


이유를 알고 보니 황당했다. 회사에는 인도에서 온 아주 게으르고 간사한 6십대의 엔지니어가 있었는데 코로나 팬더믹으로 회사에서 정리 해고를 당해서 2년을 쉬다가 내가 퇴사하기 전에 복직을 했다.


그 동료가 차이 그룹에 가입을 하고 나서 이 그룹에서 나눈 얘기가 매니저에게 알려지고 누군가가 회사에 불평을 하면 매니저가 알고 있었다.

이 친구가 매니저의 스파이 짓을 하면서 이제는 다른 엔지니어들이 더이상은  그룹에 참여하기를 꺼려한다고 했다.


그리고 동료들이 내가 언제 다시 두바이에 돌아오냐고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고 연락이 온다.

 한 마리의 지렁이가 우물에 온통 흙탕물을 만들어 놨다. 참 안타깝다. 어떻게 뭉쳐 논 그룹인데...


아직도 그들은 '그레잇 리더'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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