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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 엔지니어 Jun 20. 2021

신뢰가 힘이다.

사람 관계, 근무 태도

호주에서 근무하던 시절에 이야기다. 우리 회사는 S 항공사에 소속된 시드니에 있는 호주 법인의 항공 정비 업체였다. 열개의 항공사와 정비 계약을 맺고 시드니에 운항하고 있는 항공사들을 핸들링하고 있었다.


여름의 어느 더운 날 고객 항공사의 S 항공사의 Company Approval(정비 확인 엔지니어 자격)을 받고 첫 B777 항공기를 관리하고 있었다.

조종석에서 항공기 로그북을 정리하고 있는데 눈매가 날카로운 싱가포르의 호주 Station Manager 가 들어왔다.


"하이! 미스터 김. 내가 재스야. 반가워 전에 어디서 근무했어?" 하고 내 호구 조사를 시작했다.


재스는 호주에 아주 까탈스럽기로 소문난 Station Manager 였다.


번 대화가 오가고 나서 재스에게 말했다.


" 재스! 내가 지금 바빠. 나중에 얘기하자."


그 일이 있은 후에 모 항공사의 항공기가 그라운드 되었는데 자꾸 재스가 항공기를 처리하는 일에 간섭이 들어왔다.  

하루는 재스가 다시 간섭을 하길래 조용히 내 펜을 그에게 내밀며 말했다.


"재스! 그럼 내가 알아서 해. 내가 빠질게."


우리는 그렇게 몇 번을 서로 부딪히고 서로를 알아갔다. 그리고 몇 개월의 시간이 흐르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  재스는 지점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아주 깐깐하게 간섭을 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때 모 항공사의 A380 항공기가 새벽 6시에 시드니에 도착했다.  나는 두 명의 메카닉과 함께 모든 항공기의 결함을 해결하고 나면 출발하는 오전 12시까지 시간이 남았다.  


때로는 항공기를 리모트 베이로 토잉을 하기도 하고 해서 항공기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에 나는 일등석에 앉아서 최신 한국 영화를 한편씩 보곤 했다.


재스는 오전 9시 정도에 항공기에 들러 항공기 상태를 확인하고 돌아가곤 했다.


"굿모닝 미스터 김! 오늘은 어떤 영화를 봐?"


"뭔 영화를 봐? 난 지금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체크 중이야. 하하하."


"그래? 비행기 잘 봐줘. 나 갈게?"


재스는 이제 나를 안다. 내가 일등석에 앉아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이미 항공기의 모든 문제는 해결이 되었고 항공기는 모든 게 정상이라고....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새로운 엔지니어가 입사를 했다. 그 엔지니어도 이 항공사를 핸들링하게 되었는데 이 엔지니어가 내가 영화를 보는 것을 지켜봤다. 그리고 얼마 후에  그 엔지니어도 항공기에서 영화를 보고 있다가 재스에게 발견이 되어 매니저에게 정식 보고가 되었다.


항공기에서 일은 안 하고 영화를 보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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