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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 엔지니어 Aug 10. 2021

Escape Slide Raft 장 탈 사고

항공기, 항공엔지니어, 비상 탈출 장치



비상 탈출 슬라이드의 안전핀 사고 이후로 두 번째 날이 되었다. 사무실의 남아공에서 온 ㅁㅁ 매니저가 아침 일찍부터 어제 사고 현장에 있었던 ㅇㅇ 엔지니어와 관련 5명의 메카닉을 차례로 사무실로 불러서 개별적으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나와 같이 일하고 있는 3명의 필리핀 메카닉은 평소대로 오늘 수행할 작업의 순서를 정해서 작업 준비를 시켰다.

“ㅇㅇ! 사고 조사는 어떻게 되어가? 누가 실수를 한 거야?”

“누구긴 누구야. 그 멍청한 폭탄 고문관이지. 그 친구는 같이 일하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에는 사고를 쳤네.”

“잘 해결이 되었으면 좋겠다. 매니저에게 잘 얘기해봐. 행운을 빌어.”

나와 내 팀의 메카닉은 부지런히 작업 준비를 해서 항공기로 갔다. 오늘은 우선 (RAT: Ram Air Turbine)를 수동으로 펼쳐 놓고 오일을 전체 drain을 하고 얼마나 양이되는지, 오일 시스템이 오염은 되지 않았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일에 수분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은 지를 점검을 마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RAT 후면에 유압 장비를 연결하여 RAT 시스템의 작동 점검을 마쳤다. 다행히 모든 게 정상이다.



이제 두 번째로 어제 다른 엔지니어 팀에서 실수해서 수행하지 못한 나머지 한 개의 Passenger Door의 Slide Raft를 다른 항공기에서 장탈을 해서 RTS 할 A380 항공기에 장착하면 된다.

어느 항공기에서 장탈을 할지 시프트 매니저와 상의를 하는데 알 막툼 공항의 매니저인 ㅁㅁ 매니저가 Slide Raft를 장탈하는데 와서 확인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혹시 나와 함께 일하는 메카닉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세 명의 메카닉을 불렀다.
“여기 Slide raft 장 탈착 매뉴얼을 프린트해놨으니 잠깐 앉아서 평소대로 긴장하지 말고 절차대로 수행하면 돼. 나도 옆에서 같이 어제와 같이 한 가지씩 확인하고 넘어가자. 명심해! 매뉴얼 내용 잘 이해하고 수행하는 거.”

그렇게 30분 동안 매뉴얼을 확인하도록 시간을 주고 나서 Slide Raft 장탈 준비가 되었다고 매니저를 불렀다. 매니저와 시프트 매니저까지 동반하고 항공기에 올라왔다.

내가 불러 주는 대로 메카닉들이 하나씩 매뉴얼대로 문 안쪽의 커버를 열고 한 개의 커다란 Configuration Electrical Plug를 풀었다. 갑자기 ㅁㅁ 매니저가 앞으로 나오면서 내게 질문을 했다.

“진! 이게 맞는 절차야? 매뉴얼대로 해야지? 여기 매뉴얼에 보면 두 개의 전기 컨넥터를 풀라고 되어있는데? 정말 제대로 작업하는 거 맞아?”

“ㅁㅁ ! 당연히 맞지. 내가 매뉴얼에 따라서 작업을 하는데. 여기 그림에 나와 있잖아. 이 위쪽에 그림은 Main Deck에 해당하는 전기 플러그이고, 이 아래 그림은 Upper Deck에 있는 Slide Raft를 장 탈 할 때 장 탈 해야 하는 플러그야. 그림 한번 다시 살펴봐!”

매니저가 한참을 매뉴얼을 살피는 동안 우리는 작업을 멈추고 기다려야 했다. 한 30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본인이 틀렸다고 인정을 했다.

“진! 네 말이 맞네. 그대로 장 탈 하면 되네. 계속해.”

그렇게 슬라이드 래프트는 무사히 장탈을 하고 매니저와 슬라이드가 이동시 안전사항과 절차에 대해서 한참을 실랑이를 해야 했다. 슬라이드 래프트 하나를 장탈하는데 보통 20분도 안 될 작업 시간이 매니저와 함께하면서 한 시간 반이 훌쩍 넘어 가버렸다. 매니저가 슬라이드 래프트 장탈을 하는 절차를 다 확인하고 자리를 떴다.

우리는 장탈 된 슬라이드 래프트를 해당 항공기에 15분 만에 장착을 완료하고 어제 장착 한 모든 문에 달린 Slide Raft 시스템의 작동 점검을 무사히 마쳤다. 그렇게 어제의 항공기 정비 실수 사고에 대하여 조사가 끝났다. 그리고 회사 전체에 사고 관련하여 전체 이메일이 전달되었다.

엔지니어도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할 내용은 절대로 실수를 하면 안 된다.

지금까지 정비하는 동안 총 세 번의 슬라이드 래프트 관련 사고 현장을 목격했다. 그 세 번의 사고에 관련된 정비사 모두는 다시는 같은 정비 현장에서 일하지 못했다.

'스스로 사직을 하던가, 아니면 다른 부서로 좌천되어 진급이 안 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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