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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 엔지니어 Jun 26. 2021

살기 위해 찾아온 비둘기

두바이  여름

중동의 한여름 뜨거운 온도는 사람이나 동물들이나 견디기 힘든 환경이다. 열풍이 상상을 초월한다.


정오가 살짝 지나고 밖에 온도가 50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차에 물을 충분히 준비하고 그늘을 찾아 정비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A380의 날개 밑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갑자기 어디선가 작은 몸집의 회색 비둘기가 우리가 있는 바로 옆에 날개 그늘로 찾아 들어왔다. 양쪽 날개를 땅에 끌리도록 축 처 진상태로 비틀거리고 있었다.


비둘기가 어떤지 살펴보려 다가가도 도망갈 생각이 없어 보인다. 비둘기의 상태가 심각해 보인다.

탈진을 했는지 눈에  생기가 없어 보였다.



얼른 차로 가서 종이컵에 물을 하나 가득 채워서 비둘기 근처로 갔다. 비둘기 바로 옆에 조심하고 앉아서 바닥에 약간의 물을 흘렸다. 비둘기가 순간 머뭇거리다가 얼른 바닥에 흘려진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바닥에 흘려진 물을 마시고 있었다. 그러나 오분도 안되어 뜨거운 콘크리트 바닥의 물은 모두 증발하고 말았다.


비둘기가 그래도 목이 마른 지 주변을 훑어보며 물을 찾는 듯했다.

다시 차로 가서 1리터짜리 메카닉의 물병을 가져와 컵에 따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비둘기가 우리 메카닉이 작업하고 있는 곳으로 가고 있었다.


이런 그곳에는 메카닉이 작업을 하다가 항공기 부품에서 오일이 떨어지고 있었다.  비둘기가 떨어지는 오일을 물로 착각하고 그 오일을 먹으러 가고 있었다.


내가 소리치고 바로 달려가 비둘기를 막아섰다.


"너 그거 먹으면 죽어."


얼른 물이 든 컵을 기울여 비둘기 앞에 흘렸다. 이젠 비둘기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렇게 비둘기는 내 손에 잡고 있는 물컵 옆에서 한참을 물을 마시고 얼마 후에 기운을 차리고 날개를 다시 접어 올리고 저만치 떨어진 타이어 옆의 그늘로 가벼렸다.


중돈의 여름이 공항의 많은 새들이 사막의 열기를 버티지 못하고 안타깝게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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