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주도형 아이(사교형)
“선생님, 이안이가 또 제 옆에 앉겠다고 해요!”
여섯 살 이안이는 오늘도 교실에서 바쁘게 친구를 찾고 있습니다. 오늘은 일주일에 한 번 짝을 바꾸는 날입니다. 우리 반은 홀수라 오늘은 이안이가 혼자 앉게 되는 날입니다. 짝이 없다는 이유로 자리에 앉지 않고 이 친구 저 친구 곁을 맴돌며 묻습니다.
“나 너 옆에 앉아도 돼?”
“선생님, 나 저기 가면 안 돼요?”
혼자 앉혀 놓으면 입이 쭉 나오고,
곧 교재를 손으로 밀치며 말합니다.
“이거 재미없어요. 하기 싫어요.”
활동 시간에는 수업 자체를 거부하기도 합니다. “왜 나만 혼자 해요?” “이거 친구랑 같이 해야 재밌는 거잖아요.” 오늘은 짝이 바뀌는 날이라고 선생님이 짝꿍 해줄 거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없습니다.
놀랍게도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만 되면 이안이는 교실 안의 중심이 됩니다. 노래 시간, 게임 시간, 협력 활동에서는 누구보다 적극적이고 활발합니다. 표정도 밝고 목소리도 커지고, 말도 술술 나옵니다.
하지만 친구와 함께하지 못하는 순간, 그야말로 전원이 꺼진 듯 축 처져버립니다.
쉬는 시간에도 이안이는 혼자 있으려 하지 않습니다. 친구가 화장실에 간다 하면 따라가려 하고,“나도 같이 갈래~” 하며 졸졸 따라붙습니다. 친구가 혼자 가고 싶다고 해도 서운해하며 눈치를 봅니다.
놀이 시간엔 친구가 고른 장난감을 똑같이 고르려고 하고,“나도 그걸 하고 싶었어!” 하며 투정을 부립니다. 심지어 친구가 다른 아이와 짝을 맺으면 교실 구석에 들어가 입을 꾹 다문 채 아무것도 하지 않기도 합니다.
“친구를 너무 좋아하는 것도 문제인가요?”
이안이 어머니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애들만 보면 신났는데, 혼자 있게 되면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해요.”
“집에서도 늘 누군가와 같이 하길 원하고, 혼자 장난감을 갖고 노는 일이 거의 없어요.”
“친구에게 너무 의존하는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이안이 처럼 친구와 함께할 때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살아나는 아이는 단지 ‘의존적인 아이’가 아닙니다. ‘관계 주도형(사교형)’ 기질을 가진 아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아이들은 혼자보다 함께할 때 학습 동기가 생기는 아이들입니다.
이런 특징을 보입니다.
함께할 사람이 있을 때 집중력과 몰입도가 올라감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봐 주고 반응해 줄 때 힘이 남
혼자 하는 활동은 흥미가 떨어지고 쉽게 지루해짐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하며, 때로는 과한 관심 요구로 나타나기도 함
활동 자체보다 누구랑 하느냐, 나를 봐주는 사람이 있느냐가 더 중요함
이런 유형의 아이들은 관계 속에서 감정도, 에너지도, 언어도 확장됩니다. 혼자 시켜두면 의욕에너지가 2-3 단계로 낮다면, 친구와 함께할 때는 에너지가 9-10단계로 올라갑니다.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반응하죠.
사교형 아이를 둔 부모님이 자주 하는 말실수에는 이런 것이 있습니다.
“왜 꼭 친구 없으면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해?”
“혼자서도 좀 해봐.”
“인생은 어차피 혼자 가야 하는 거야.”
“그렇게 친구가 좋으면 그 집 가서 살래?”
이런 말들은 아이의 기질을 부정당하는 느낌을 줍니다.
결국 아이는
“나는 혼자 못하니까 나쁜 아이인가?”
“왜 나는 혼자 있으면 재미가 없지?”
라는 부정적 자기 인식을 만들고 맙니다.
실질적 해결책 : “관계 욕구를 학습 동기로 연결하세요.”
이안이 같은 아이를 위해 선생님과 부모님은 학습 환경을 조율했습니다.
① 함께하는 과제로 수업 구조 바꾸기
수업을 ‘혼자 해결하는 구조’와 ‘짝 활동 중심 수업’ 비율 비중 조절하기.
단어 학습은 ‘짝과 단어 찾기 미션’
3명 그룹 활동으로 수업하기
그 결과, 이안이는 수업 참여도가 높아졌고 “선생님, 나도 해볼래요!”라며 먼저 손을 들기 시작했습니다.
② 역할 부여와 칭찬으로 ‘인정 욕구’ 채우기
관계 주도형 아이는 ‘관심과 인정’이 동기부여의 원천입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교실에게 작은 역할을 주었습니다. 일명 도우미(Helper Chart) 역할 부여하기.
아이 숫자만큼 도우미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성취감과 함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장치를 제공합니다.
라인리더(line leander), 연필 나눠주기 도우미(Pencil Helper), 책도 우미(Book Helper), 지우개 도우미(Eraser Helper), 가위 도우미(Scissors Helper), 풀 도우미(Glue Helper), 선생님 도우미(Teacher Helper), 간식 도우미(Snack Helper), 점심 도우미(Lunch Helper), 종이도우미(Worksheet Helper)
친구 발표 순서 알려주기
게임 시간 점수 판독자
이처럼 ‘함께’하면서 ‘필요한 존재’로 느끼는 경험은 아이가 자존감을 느끼고 학습에 주도성을 갖도록 도와줍니다.
③ 집에서는 놀이를 ‘함께하는 방식’으로 전환
이안이 어머니는 학습도 놀이처럼 접근했습니다.
그림책 교대 읽기
가위바위보로 이긴 사람이 문제 내기
또한, 매일 친구 한 명과 함께하는 소그룹 놀이 약속을 정해 주기적인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이안이는 혼자 못하는 아이가 아닙니다. 관계 속에서 더 잘하는 아이입니다.
사교형 아이는 함께할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학습이 시작되고, 감정이 안정되며,
자신의 능력을 드러냅니다.
“조용히 앉아 있어라”, “혼자 해봐라”는 말은 이 아이에게 성장을 멈추게 하는 주문일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는 왜 이렇게 친구만 좋아할까?”
그 질문은 이렇게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 아이는 함께할 때 가장 잘하는 아이구나.”
관계 주도형 아이는 ‘산만한 아이’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관계가 우선인 아이는 사람을 통해 배우고, 관심을 통해 성장합니다.
이 기질을 막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고 설계해 주면, 공부도, 자존감도, 사회성도 함께 따라옵니다. 사교형 아이의 성장은 ‘혼자 하게 하기’가 아니라 ‘함께하며 스스로 나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에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