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번 말하면 말을 안들을 까요,
제멋대로 하려 해요

자기 주도형(탐구형) 아이

by 작가 앨리스


“선생님, 영어는 왜 배워야 해요? 안 하면 안 돼요?”


일곱 살 시온이는 오늘도 질문으로 수업을 시작합니다. 그 아이의 질문은 끝이 없습니다.

선생님이 설명을 하면 거기에 다시 질문이 붙고, 또 그 질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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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에 살 건데, 영어는 미국 사람이 쓰는 말이잖아요. 그럼 난 안 배워도 되는 거
아닌가요?”

“우리 엄마 아빠는 영어 못 해도 잘 살던데요?”

“근데 선생님, 영어는 왜 knife처럼 발음 안 되는 글자를 넣어요? 우리 골탕 먹이려고 그런가요?”

“러시아가 미국보다 땅이 더 넓은데, 그럼 왜 러시아 말은 안 배우고 영어만 배워요?

어른들은 때로 황당해 웃음이 나올 수도 있지만, 시온이 에겐 이 질문이 모두 당연한 ‘생각의 흐름’입니다.


교재는 펴놨지만 손은 멈춰 있고, 다른 아이들이 활동을 시작해도 시온이는 여전히 질문의 늪에 빠져 있습니다.


“생각은 많은데, 행동은 느린 아이”

시온이의 어머니는 속이 터진다는 듯 말씀하셨습니다.


“앉으면 질문만 하고, 정작 과제는 안 해요.”

“얘는 왜 이렇게 말이 많고 속도가 느린 걸까요?”

“머리는 좋은데 실천이 없어요.”


사실, 시온이는 자기 주도형(탐구형) 기질을 가진 아이입니다.


이 유형의 아이는 ‘왜 해야 하는지’를 이해해야 비로소 행동으로 옮깁니다.

세상의 원리를 파악하려는 욕구가 강하고, 의미가 연결되지 않으면 멈춘 채 생각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겉으로는 느리고 산만해 보일 수 있지만, 머릿속에서는 이미 수십 가지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는 중입니다.


시온이 같은 자기 주도형(탐구형) 아이의 특징에 이렇습니다.

활동 전에 ‘왜 해야 하는지’ 이유부터 알고 싶어 함

지시만 있는 활동은 동기 유발이 어려움

말은 많지만 행동은 늦음

본인이 납득하지 않으면 시작하지 않음

의미가 연결되면 몰입도와 이해도가 급상승함


이 아이들에게 ‘그냥 해’는 통하지 않습니다. ‘왜 해야 해요?’라는 질문은 단지 말을 많이 해서가 아니라, 자기 안에서 의미를 설계하려는 과정인 것입니다.


부모가 흔히 빠지는 말실수에는 이런 것이 있습니다.

“그만 묻고 얼른 좀 해!”

“이유가 뭐가 그렇게 중요해?”

“다른 애들은 벌써 다 끝냈다.”

“너는 왜 이렇게 꼬치꼬치 캐묻니?”

“질문 그만하고 일단 시작해!”


이런 말은 아이에게 이렇게 들립니다.

“너는 너무 이상한 질문을 해.”

“네가 궁금해하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
“나는 쓸데없는 말만 하는 아이인가?”

결국 아이는 자기 생각을 접고, 억지로 따라만 하는 아이가 되기도 합니다.


실질적 해결책은 질문을 멈추게 하지 말고, 방향을 열어주세요
시온이 같은 아이는 활동보다 ‘이해’를 먼저 원합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설명에서 시작하는

수업을 ‘맥락에서 출발하는 수업’으로 추천드립니다.

그 첫 예시는 바로 ‘동물’ 이야기였습니다.


① 동물에 대해 배우는 시간 이에요.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동물을 먹는 음식에 따라서도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해 줬어요.

그날 수업 주제는 animal group (동물 그룹)이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곧장 ‘rabbit, tiger, bear’ 같은 단어카드를 보여주며 동물이름을 먼저 알려줬겠지요. 하지만 선생님은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얘들아, 너희는 어떤 동물이 제일 좋아?”

“그 동물은 뭘 먹고살까?”
“채소요, 고기요, 둘 다요” 아이들은 신나서 대답합니다.


그러고는 칠판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Plant-eater (초식동물) – Rabbit, Cow, Deer

-Meat-eater (육식동물) – Wolf, Tiger, Lion

-Plant and Meat-eater (잡식동물) – Bear, People


“우와~ 사람도 잡식동물이야?”

“그러니까 우리는 밥도 먹고 고기도 먹는 거야?”


아이들은 손을 들고 자기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질문이 활동을 멈추게 하지 않고, 오히려 활동을 열어주는 열쇠가 된 거죠.

이어서 단어 카드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단어를 보고 동물 이름을 말하는 게 아니라,

“이 동물은 어떤 그룹일까?”를 생각해 보며 말하도록 했습니다.


예: “Rabbit is… a plant-eater!”

“Lion is a meat-eater!”

“Me is… plant and meat eater!”


그제 서야 시온이는 스스로 단어를 말하며 활짝 웃었습니다.

“이제 좀 알겠어요. 이해가 됐어요.!”


② 질문을 막지 말고, ‘순서’를 만들어 주세요.

이전에는 질문이 나올 때마다 엄마는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그만 좀 물어보고 빨리 해!”

“어떻게 맨날 질문만 해!”

이제는 말투를 바꾸었습니다.


“오, 그건 좋은 질문이네! 끝나고 같이 찾아볼까?”

“지금은 활동 먼저 하고, 궁금한 건 적어놓자!”

“그건 다음 주제에서 나올 수도 있어. 기대해 보자!”


질문을 억누르는 게 아니라, ‘지금 할 것’과 ‘나중에 할 것’을 구분해 준 겁니다.

그랬더니 시온이는 일단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질문은 메모지에 적어두었다가 정리하는 습관도 생겼습니다.


③ 집에서도 “이해 먼저, 활동은 그다음” 구조로 바꾸기

시온이 어머니는 집에서도 바뀐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단어카드나 영상부터 보여주던 방식 대신, ‘맥락 질문’을 먼저 주었습니다.


영어 동화책 읽기 전

“이 책에 어떤 동물이 나올까?”

“이 동물은 뭘 먹을까?” “이 동물은 어디서 살까?”


영어 영상 보기 전

“오늘 영상에 나오는 동물은 초식일까? 육식일까?”

“끝나고 우리가 아는 동물을 적어볼까?”


이런 식의 ‘미리 궁금하게 만들기’는 아이의 몰입을 유도했고, 시온이는 활동에 들어갈 때

이미 의미 연결망을 갖춘 상태가 되어 있었습니다.


변화는 ‘답’을 주었을 때가 아니라, ‘이해의 기회를 줬을 때’ 시작됩니다

질문은 여전히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질문이 수업의 걸림돌이 아니라, 길을 여는

열쇠가 되었습니다.


“엄마, 오늘 배운 동물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bear’ 예요. 왜냐하면 곰은 나처럼 뭐든 잘 먹잖아요. 편식을 안 해요. 하하

“다음엔 물속에 사는 동물도 배워요?”


탐구형 아이는 ‘느리지만 깊은 아이’입니다 이 아이는 처음에는 멈춰 있지만, 납득이 되면

누구보다 멀리 나아갑니다. “왜요?”는 거슬리는 말이 아니라, “내가 이걸 제대로 알고 싶어요.”라는 아이의 성장 신호입니다.


어른이 그 질문을 끊지 않고 방향을 잡아주면, 아이의 학습은 단순한 ‘배경지식 배우기‘가
아닌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배우고 싶은 욕구를 자극합니다.


“우리 아이는 왜 이렇게 질문이 많을까?”이 질문을 이렇게 바꿔주세요.

“우리 아이는 이해를 통해 배우는 아이구나.”


이해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 아이. 이런 아이는, 시간이 걸릴 뿐 결국 ‘스스로 답을 만들어내는 아이’가 됩니다.

탐구형 아이는 단지 호기심만 많은 아이가 아닙니다. ‘세상을 이해하려는 힘’을 가진 아이입니다.


외워서 따라 하기보다. ‘납득하고 연결해서 움직이는 아이’입니다. 그래서 속도가 느려 보일 수 있지만, 한 번 이해가 연결되면 깊이와 속도가 모두 올라갑니다.


이 아이에게는 정답보다 질문을 지켜봐 주는 어른이 필요합니다.


“왜 해야 해요?”라는 질문은, 고집이 아니라 이 아이의 성장 신호입니다.


그 질문을 막지 마세요. 그 안에는 ‘나는 이걸 내 식으로 알고 싶어요.’라는

주도성의 싹이 들어있습니다.


그 싹을 꺾지 말고 기다려주세요. 그 아이는 결국 자기 힘으로 답을 찾을 줄 아는 아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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