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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제 Aug 14. 2024

소녀 무명(無名), 제06화. 초능력.

※ 본 작품은 가상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특정 인물이나 단체, 종교, 지명, 사건 등과는 무관합니다.




우선 무명의 어머니인 이미자는 병원에 옮겨졌다. 각종 검사 결과를 확인한 결과로 위암 3기와 백혈병 환자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곧바로 입원에 들어갔다. 통역 업체 직원이 무명이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고 했으나 미자가 말렸다.

  “내 딸이 감정이 불안정하면 소형 핵폭탄만큼 방사능 수치가 올라간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제가 암이 걸렸다는 사실을 알리는 게 좋은 일은 아닐 겁니다.”


한편, 무명이는 주한 미군 기지의 지하시설에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몇 시간이 지나자 주한 미군 장교와 통역 업체 직원 그리고 의사와 핵물리학 담당 연구원들이 방사능에 피폭이 될 것을 염려해서 납으로 된 방사선 방호복을 입고 다시 등장했다. 맨 먼저 의사가 각종 건강 검사를 했다. 그러나 소녀는 멀쩡했다. 매우 건강한 상태였다. 그다음은 핵물리학 연구원이 나섰다.


한 명은 방사능 측정기를 들고 방사능 수치를 검사 중이었고 다른 한 명은 무명에게 사진을 보여줬다. 사진에는 맛있는 음식, 예쁘거나 잘생긴 사람, 북한의 국기, 방사능에 피폭된 환자의 모습, 총기를 든 소말리아 해적 등등을 보여줬다. 사진의 순서대로 무명의 감정이 좋았다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소형 방사능 측정기에서 그 수치가 올라가는 것이 확인되었다. 연구원들이 놀랐다.


원자력 발전소나 핵폭탄을 만들 때에 사용되는 우라늄-235와 소녀의 신체의 메커니즘이 똑같았다. 소녀가 분노할 때라든가 아니면 슬플 때마다 무명의 몸무게만큼 우라늄의 질량이랑 그 질량과 방사능 수치가 동일했다. 이 말은 곧 소녀가 걸어 다니는 소형 원자력 발전소이자 핵폭탄이라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연구원 중에 가장 선임인 자가 말했다.


“과학에서 이런 말을 쓰기가 적절한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아이는 걸어 다니는 원자 폭탄이나 원자력 발전소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감정이 불안정할 때에 그러한 경향을 보입니다. 소녀의 신체가 건강한 이유는 자기 자신이 우라늄-235와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주한 미군 장교가 입을 열었다. 이 사람은 한국어를 능숙하게 할 줄 알았다.

“... 걸어 다니는 핵폭탄이자 원자력 발전소라고요? 그게 어떻게 가능하죠? 저도 학교에 다녀봐서 알지만 사람을 구성하는 원자 구성 중에 우라늄은 없는 걸로 아는데요?”


“맞습니다. 단지 그건 이 아이의 감정이 진정되어 있거나 기쁠 때에는 보통 사람과 똑같은 원자 구조를 이루고 있지만 이와 반대로 감정이 격해지거나 불안할 때에는 우라늄의 원자 구조가 비슷해집니다.”


“그게 어떻게 된 거죠? 그럼 이게 만화에서 나오는 초능력 같은 거라는 건가요?”

통역 업체 직원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핵물리학 전담 연구원이 대답했다.


“... 초능력이라고 말하기에는 과학적이라고 할 순 없고 돌연변이라고 짐작을 할 수 있겠네요. 진화인류학자를 불러봐야 알겠지만 이론상으로 이 소녀는 어쩌면 우리와 인종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SF만화나 영화에서 나오는 그 돌연변이를 말하는 건가요? 헐크 같이요?”


“네, 맞습니다. 다만 이 아이의 성질과 능력은 핵분열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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