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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제 Aug 13. 2024

소녀 무명(無名), 제05화. 헤어짐.

※ 본 작품은 가상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특정 인물이나 단체, 종교, 지명, 사건 등과는 무관합니다.





“그럼 제 딸이 아프다는 건가요? 사실 십수 년 전에 우리 고향 인근에서 핵실험을 한 뒤로 고향 사람들이 전부 방사능이라고 하는 거에 노출되었다고 했어요.”


“대충 그럴 것 같았습니다. 아까 공항에서 말씀드렸던 인공위성의 주된 역할은 핵무기의 이동경로와 보관 장소를 찾아내는 데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미군이 북한 내에서 북한 안쪽으로 핵무기를 이동시키는 줄 알았습니다만 중국과 북한의 국경을 넘어서 베이징까지 가는 걸 보고 나서 식당, 대사관, 베이징 공항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마자 이동한 것입니다. 즉, 어머니 일행이 움직이는 이동 경로에 방사능 흔적이 계속 발견된 겁니다.”


“통역 업체 직원이라면서 꽤 많은 걸 알고 있군요.”


“어차피 대사관 직원도 없겠다. 사실대로 말씀을 드리자면 저는 나라 사람입니다. 이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은 발설하지 않으셔야 합니다. 잘못하면 국제적인 사건에 따님이 연루가 될 수도 있습니다.”


  순간 무명이를 검사하던 병사 한 명이 다가왔다. 병사가 영어로 하는 말을 무명의 어머니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자칭 나라 사람이라고 하는 사람은 대화를 잘 주고받는 듯하였다. 병사의 말로는 소녀가 괴로워하거나 감정이 불안할 때나 분노할 때에 방사능 수치가 올라가고 기쁘거나 웃으면 방사능 수치가 정상인 수준으로 내려간다고 했다. 역시 그랬다.


핵폭탄 수준의 우라늄 수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송 씨 아저씨 일행 그리고 소녀의 어머니와 소녀 자체도 그 정도의 방사능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도 여태까지 살아있을 리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소녀의 감정에 따라서 방사능 수치가 변해서 간헐적으로만 소녀의 방사능에 노출된 거니까 아직까지는 무사했던 것이다. 자칭 ‘나라 사람’이 다시 어머니에게 말했다.     

“우선 어머님도 검사를 받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방사능에 노출된 마을과 방사능 수치가 높은 따님에게 피폭을 당했을 수도 있으니까 건강 검진을 해드리겠습니다.”


“그렇다면 무명이는요?”


“만약에 무명이의 신체에서 우라늄과 똑같은 반응이 나오는 게 사실이라면 전 세계가 놀랄 거고 여기저기서 압력을 넣으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선 따님은 여러 가지 정밀 검사를 할 것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엄마, 이 사람들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고 해!”


무명이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말했다. 무명이가 불안해 보였다. 소형 방사능 측정기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방사능 수치가 올라간 모양이었다. 그러자 어머니가 대답했다.

“무명아, 걱정하지 말고 우선 아저씨들을 따라가서 말을 잘 들어. 엄마도 검사를 받고 나서 너 보러 올게. 알겠지?”


그러자 소녀의 방사능 수치가 내려갔다. 그녀가 웃으면서 말했다.

“... 꼭이야! 나 보러 와야 돼!”


“응, 알겠어. 어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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