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작품은 가상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특정 인물이나 단체, 종교, 지명, 사건 등과는 무관합니다.
한미 간에 협상이 오고 가고 있는 와중에 소녀 무명은 신체적으로는 건강한 삶을 보내고 있었다. 탈북했을 때처럼 먼 거리를 이동해야 되지도 않고 숙소가 계속 바뀌는 불편함이나 삼시 세끼를 굶는 일도 없었다. 통역 업체 직원이나 병사에게 말하면 간식을 먹을 수도 있었고 K팝이나 팝송을 듣는다거나 한국 드라마나 OTT 서비스를 이용해도 제재를 받는 일이 없었다.
소녀가 머무는 1인실 방은 쾌적했다. 공기청정기에 에어컨까지 설치되어 있으니 말이다. 다만, 정신적으로는 자신의 어머니인 이미자가 걱정되었다. 누구의 감시도 없이 전화 통화를 어머니와 마음껏 할 수 있었지만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그 품에 안겨 본 지가 일주일이 넘었기 때문이다. 무명이 벽에 붙어있는 호출 버튼을 누르자 잠시 후에 카투사가 왔다.
“뭐 필요한 거 있니? 무명아?”
“아저씨, 저 어머니의 얼굴이 보고 싶어요.”
“어머니께서는 지금 휴식 중이셔서 당장은 못 만나. 어머니가 건강해져야지, 무명이도 좋지?”
“그렇긴 하지만...”
“그리고 이건 원래 비밀인데 또 운이 좋으면 미국으로 이민을 갈 수도 있어.”
“... 미국말입니까? 왜 제 의견과 상관없이 일이 진행되는 겁니까?”
카투사가 당황한 듯이 대답했다.
“무명이가 원하던 것이 북한을 탈출해서 자유를 되찾는 일이 아니었니?”
“저야 어머니를 따라서 살려고 남한에 왔지요. 자유와 인권을 보장해 준다고 해서 대한민국으로 왔는데 지금은 어머니를 만날 수도 없고 한국에 온 지가 오래되었는 데에 어떻게 생긴 곳인지, 드라마에서 봤던 것과 똑같은지 볼 수도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제는 미국으로 간다니요? 한국은 그나마 말이라도 통하지, 미국으로 가면 저는 누구랑 소통을 합니까? 제가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자유와 인권을 억압받아야 되는 겁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