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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제 Oct 17. 2024

그래도 너였다. 제02화.

나는 나를 구해준 사람이 누군지를 봤다. 이 중년의 남성은 얼굴이 매우 낯에 익었다. 지우는 과거를 떠올렸다. 이 사람은 내가 아이돌 연습생 시절부터 남몰래 흠모해 왔던 인기남자아이돌 멤버이자 나와 연인 관계였던 최정우였다. 나는 전화기로 구급차를 부르며 정우 오빠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정우는 비록 늙었지만 옛날 모습이 얼굴에 남아있었다. 그래서 지우는 단번에 정우를 알아볼 수 있었다.


  “아... 아니, 정우? 오빠...?”


  “... 무.. 무사해서 다행이다. 지우야. 이거 받아.”


정우는 지우에게 휴대폰 하나를 넘겨줬다. 지우가 물었다.

  “... 흑... 오빠, 피 좀 봐. 핸드폰은 안 줘도 돼. 이미 구급차 불렀어.”


  “... 그게 아니야, 이거 받아. 이걸 사용하면 다 알게 될 거야.”


한 7분, 아니 5분이 지났을까? 구급차가 도착하고 구급대원들이 정우와 지우를 구급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이송했다. 물론 정우는 누워있었고 지우와 구급대원은 옆에 앉아있었다. 구급차의 문이 닫히기 전에 문틈 사이로 이 사달을 낸 음주운전자가 난동을 부리고 그 남자를 경찰들이 제압하는 모습이 보였다. 술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차량 안에 있어서인지는 모르지만 음주운전자는 많이 다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솔직히 다시 보니 음주만 한 게 아니라 마약도 한 사람처럼 난동을 심하게 부려서 경찰이 테이저건까지 발사했다고 나중에 이 사건을 보도한 아나운서는 말했다. 


  다행히 출퇴근 시간이 아니라 대낮에 벌어진 사고라서 인지 아니면 오늘만 도로에 차량이 별로 없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교통 체증 같은 것은 없어서 빠르게 병원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마침내 병원에 도착하고 정우는 응급실로 이동 중이었다. 정우는 완전히 기절한 채로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이끌려 이동 중이었다. 지우가 소리쳤다.

  “정우, 오빠!”


  “여기서부터는 오시면 안 돼요.”


  간호사가 제지하고 나서 지우는 응급실 문 앞에 의자에 앉아서 흥분되고 슬픈 마음을 추스르려고 노력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심박수도 낮아지고 흥분이 가라앉자 자연스럽게 사건을 이성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정우가 지우에게 전해준 휴대 전화기와 그것을 사용하라는 알 수 없는 말 뿐이었다. 휴대폰은 스마트폰이었다. 그 휴대 전화기 우리나라 S사의 주력 모델 중에 하나였다. 


  “이거 S사거네? 배터리는 남아있나 하나?”


지우가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의 우측에 있는 세 개의 버튼 중에 전원 버튼을 작동시켰다. 바탕화면은 기본 화면으로 바탕화면에 갤러리 폴더 밖에 없었다. 갤러리 폴더로 들어가니까 약 수백 개의 동영상이 들어있었다. 전부 휴대 전화기의 주인인 정우가 무언가를 설명하기 위해서 스스로를 촬영한 동영상들과 정우의 아내로 보이는 어떤 여자와의 같이 무언가를 열렬히 설명하는 동영상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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