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에 네 가지의 혈액형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혈액형 성격설이 유행이었다. '맞아, 너는 A형인 게 맞는 거 같아, 소심하잖아', '너는 다혈질이고 활동적이니까 B형 같아.', '특이하니까 AB형 같아', '사교적이니까 O형 같아.'라는 식으로 그때 당시 지구상에 존재하는 약 60억 명의 사람들을 네 가지의 유형으로 나누었다. 혈액형 성격설을 열렬히 지지하던 몇몇 친구들은 혈액형마다 성격을 네 가지로 나누고 거기에 신뢰성이 있는 연구소나 대학에서 연구한 게 아니라 자신이 체감했었던 혈액형별 유형에 대해서 경험과 느낌을 살려서 덧붙이거나 수정했다.
나는 B형이었고 화를 때때로 내긴 했지만 다혈질까지는 아니었다. 그리고 내성적인 성격이었는 데에 나보고 B형이다라거나 나쁜 남자라거나 하면서 놀리는 애들을 보고 발끈하면 자신들이 맞았다고 꺄르르하면서 좋아했다. '그러면 나머지 혈액형들은 화를 아예 안 내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친구들끼리 혈액형 성격설이 맞는지 또는 틀렸는지를 두고 엄청난 토론을 했다.
그때 당시에 친구들이 싸이월드에 올리는 혈액형 성격설에 관련된 수많은 글들을 보면서 공통점을 알게 되었다. 그건 A형이든, O형이든, B형이든, AB형이든 간에 네 가지의 혈액형의 특징이라고 나열된 글들을 보면서 여기에 적혀있는 모든 글들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하는 일반적인 행동'을 잔뜩 적어서 다시 혈액형별로 나누어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대한적십자사는 혈액형이란 '적혈구 표면에 존재하는 항원 차이를 기준으로 혈액형을 분류하며 ABO, Rh형 외에 수많은 적혈구 혈액형이 존재한다'고 한다. 혈액형이 네 가지 이상으로 더 존재한다는 건 모르고 있던 사실이지만 인간의 성격이 적혈구 표면에 존재하는 항원 차이로 구분될 수 없고 서로 연관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그 당시에 과학이나 철학에 대해서 하나도 알지 못했지만 비판적인 사고를 했던 모양이다. 이 점을 어필해서 혼성 친구들과 대화하고 토론했다. 그러나 내 목소리는 유행보다 강하지 못했고 혈액형 성격설은 내가 고등학교를 입학하고 나서 졸업하고도 한동안 전성기를 누렸다. 나중에 혈액형 성격설이 일본에 있는 한 작가가 만든 이론이며 이 이론은 유사 과학이라는 여론이 커지자 그제서야 잠잠해졌다.
혈액형 성격설에 오랜 기간을 연구(?!)해본 사람으로서 하고 싶은 말은 혈액형 성격설이 옳든지 아니면 틀렸던지에 대하여 상관없이 사람은 믿고 싶은 걸 믿는다는 점이다. 어쨌거나 혈액형 성격설의 유행이 잠잠해지고 한동안 조용해졌을 무렵에 성격을 약 16개로 나누는 성격 유형별 검사인 MBTI가 등장했다.
나는 혈액형 성격설에 비해서 더 많은 것들을 검사하면서 사람의 성격을 나누기 때문에 MBTI가 더 낫다고는 생각하지만 또 다른 생각으로는 이것마저 완벽하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냥 혈액형 성격설처럼 재미로 보는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현재 70억 명까지 인구가 늘어났고 그 인구 수만큼 저마다 개성이 있고 공통점도 있지만 차이점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사람 하나하나로 나누어서 이해하고 대해줘야지, 어떠한 사람이 어떠한 MBTI의 유형이라고 해서 그 사람을 거기에 짜맞춰서 섣부르게 판단하면 안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어떠한 이과 또는 비판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MBTI도 유사과학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MBTI가 혈액형 성격설보다는 더 과학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더 과학적이라는 표현의 기준이 분명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래도 혈액형 성격설보다는 MBTI가 더 정교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MBTI에 너무 빠지지는 말고 재미로만 봤으면 좋겠다. 70억 명의 사람마다 다 개성이나 성격이 다를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