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의도가 있었지만 더 이상은 아닌 상태.
나는 한때 여자 혐오증이 있었다. 왕따를 당하던 시절에 타인에 의해서 여자애들 앞에서 강제로 속옷이 벗겨진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성 앞에서 중요 부위가 노출된 것이다. 보통 내가 알기로는 사회 불안 증세와 공황 장애는 인생에서 커다란 시련을 겪은 경험으로 인해서 발병한다고 하는데 내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아니지만 스스로에게 진단을 내린다면 이 순간이 공황 장애가 생긴 가장 결정적인 사건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DNA에 새겨진 동물의 본능 때문일까? 짝짓기 상대를 동종의 수컷에게 패배하고 나서 빼앗긴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바지와 속옷을 내린 이를 탓해야 하지만 그것을 본 이들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다. 예쁘고 아름다운 여성을 보면 그녀를 원해서 시선이 가면서 호기심이 생기면서도 두렵고 원망스러웠다. 양가의 감정이 들었다. 여자애들이 좋아하는 TV 속에 남자 연예인이 되고 싶었다. 나체의 모습을 보여줬던 그 최악의 상황을 내 손으로 만회하고 싶었다. 그런데 TV에 나오는 방법은 모르면서 연예인을 질투하면서 동경하기 시작했다.
내가 연기를 할 줄 아는 것도 아니고, 노래를 잘하는 것도 아니며, 춤을 출 줄 아는 것도 아니다. 그러한 사람이 TV에 나오려면 어찌해야 될까? 그래, 나는 인터뷰가 되는 사람이 되길 원했고 때마침 고등학생 때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단편 소설을 연재했을 때였다. 그래서 두 생각이 합쳐져서 유명세에 글이 더해진 존재, 즉 작가가 되고 싶었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첫사랑이 생겼고 3년 내내 일방적으로 좋아했지만 결국 이어지지 못했다. 그때 한 번 더 다짐했다. 어떤 방법으로든, 어떠한 경로로든지 간에 성공해서 인터뷰이가 되자라고 생각했다. 독립 출판으로 책을 출판하고, 여자애들의 초상화를 색연필과 마우스로 그려주고, 모델 학원에 다니면서 쇼핑몰 '콕스타일'의 피팅 모델이 되어보고, 천체학과 물리학을 공부하면서 수학과 과학까지 공부해 봤다. 이때까지는 연기, 노래, 춤을 제외하고 이성을 유혹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데에 목을 매었다.
그러다가 어느 한 지인에게 한 소리를 들었다.
"너, 너무 혼자 튀려는 거 아니냐? 아니, 너 혼자 다 해 먹으려는 거 아니야?"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쩐지 하려는 영역이 많아질수록 대인관계가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SNS나 카톡 대화방에서 맞춤법이 조금만 틀려도 '작가가 맞냐'라는 소리를 듣고, 여자애의 초상화를 그려주면 '남자는 안 그리냐'는 비아냥을 들었으며, 옷을 편하게 입고 나가면 '피팅 모델이 맞냐'는 소리를 들었고, 과학을 만학도로서 취미로 공부한다고 하면 원소주기율표나 물리 공식에 대한 기습 질문을 들었고 '그것도 모르냐'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게 전부 각각의 다른 사람에게 들은 말이었다. 처음에는 발끈하다가 이제는 하도 많이 들어서 덤덤해질 정도였다. 그러다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공식으로 공황 장애와 사회 불안 증세가 있다는 소견을 듣고 나서 그리고 사람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서 나를 빼고 친구와 지인들이 결혼하기 시작하면서 적어도 '이성' 문제로 더 이상 나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는 사람들은 없었다.
나의 역사를 모르거나 나의 존재를 안 지 얼마가 되지 않은 사람은 나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거나 기분이 나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나에 대한 서사를 알게 되면 오히려 배려해 주고 지지해 주는 모습이 보여서 마음이 좋아지고 행복해졌다.
나의 편이 생긴 것 같아서 기분이 좋은 요즘이다. 호흡도 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