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게 아냐.
나는 여태까지 수많은 직장을 다녔다. 이 일은 내가 공황 장애와 사회 불안 증세를 가지고 있었으나 정신의학과나 나 자신조차도 해당 병이 있었는지 모르고 스스로 끙끙 앓았던 시절에 다녔던 한 직장에서의 이야기이다.
"작가가 회사 생활에 적응할 수 있겠어요? 성공한 다음에 우리 회사를 버리면 그만이잖아요."
"아닙니다. 작가로서 업계에서 성공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모르셔서 생긴 오해입니다. 제발, 기회를 주세요."
글 작가가 된 이후에 취직하는 게 점점 힘들어졌다. 면접을 보기만 했다 하면 '작가적인 성공'을 이유로 탈락시키는 회사가 상당히 많아지자, 경력 공백 기간이 길어졌고 모아놓은 돈도 바닥이 났다. 나는 진짜로 책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회사 생활에만 전념하려고 했지만 공백기가 길어지자 주변 사람들은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기다려줬다. 하지만 그 기간이 6개월이 넘어가자 구직을 하는 척하면서 책으로 성공할 시간을 벌고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 8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보다 못한 지인이 말했다. 그럼 작가인 걸 숨기면 되지 않느냐고... 나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지난 세월 동안에 그런 조언을 해준 사람은 그 지인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력서를 낸 다음에 내가 작가인 걸 숨겼고 그 결과 회사에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회사에 사회 불안 증세와 공황 장애 때문에 스스로 불편함은 느꼈지만 그때 당시에는 참을만한 수준이어서 괜찮았고 회사에서도 별 문제 삼지 않았었다. 문제는 그다음에 터졌다. 내 인스타그램 아이디가 같은 부서 여자 직원에게 추천 아이디로 뜬 것이다. 왜 문제가 되었느냐면 인스타그램 게시물 중에 내가 작가가 되었다고 찍어둔 프로필 사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어떤 직원이 말했다. 기제 씨는 과거에 무엇을 하고 살았냐고 취미가 뭐냐고 말이다. 그러고 나서 서로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하자는 말을 했다. 처음에는 가볍게 거절했다. 이유는 당연히 작가인 걸 숨기고 회사에 계속 다니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계정을 비공개로 변경했다. 그다음에 같이 밥을 먹던 직원들이 따로 밥을 먹기 시작하고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거절한 후에 비공개로 바꾼 것에 대해서 실망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잘난 척한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다가 보다 못한 또 다른 직원이 이미 기제 씨가 글 작가이기도 하면서 그림 작가인 것도 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우 추천에서 나를 최초로 발견했었던 여직원이 이미 회사에 소문을 내었다고 했다. 과호흡이 시작되고 말이 안 나왔다. 회사에서 찍혔구나 잘못하면 잘리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는 전체는 아니고 몇몇 직원들 중에 내가 나락에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큰 일이다. 이건 진짜 큰 오해다. 나는 왕따를 당하고 빵셔틀로 살아오면서 이미 나락을 두세 번 다녀왔는데... 또 나락을 가라고? 믿을 수 없었다. 공식적인 괴롭힘은 없었다. 내가 공황 장애인 줄 몰랐지만 공황이 와서 회사를 관뒀다. 무단결근을 하진 않았다. 인수인계까지 하고 퇴사하는데 매우 버거웠다. 퇴사 이후에 몇몇 사람들은 내가 잘난 척한 게 아니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
회사를 그만둔 그날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삭제했다. 그리고 다시 계정을 만들었고 나와 친한 사람만이 알 수 있게 했다. 그때 당시에 몰랐지만 나락은 가지 않고 싶다고 안 가지는 게 아니었다. 살다가 보면 고난이 여러 차례 찾아오고 그것을 개인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데 다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너무 커서 나락에 가고, 안 가고를 컨트롤하려고 했었다. 그리고 숨기는 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었다.
그걸 알았을 때에는 회사를 자진 퇴사한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