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호구라서 당하고 사는 게 아니예요.

by 김기제

사회 생활을 하다가 보면 무슨 신경전이 있다거나 할 때에 자신이 원하고자 하는 걸 얻기 위해서 신경을 바짝 곤두 세울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신경전이라는 것에 지면 나는 패배자가 되고 호구가 되었다. 예를 들어서 용산 전자상가에 가서 컴퓨터 부품을 산다거나 동대문 의류 상가에 가서 가격을 흥정할 때에 본래 가격이 얼마인지 알고서도 상대방의 생김새나 말투나 욕설 같은 걸 보면 겁을 지레 먹고 상대방이 원하는 가격대로 물건을 사온 적이 많아서 친구들이 나보고 호구라고 했다.


친구들은 내가 가격을 몰라서거나 머리가 나빠서 물건을 비싸게 사온다고 생각하는 데에 그것은 틀린 말이다. 흥정할 용기가 없고 내가 이 물건의 가격을 너무 깎아서 사버리면 장사를 하시는 분의 마음이 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흥정을 한 번만 하고 마는 것이다. 비록 그 장사하시는 분들께서 겉으로는 손님을 대접해주지만 뒤돌아서서 내 '멍청함'을 비웃을지라도 말이다. 그러니까 나도 인터넷에서나 물건을 구매한 사람들에게 적정가 정도는 물어보고 상가를 방문한다는 말이다. 처음에 거의 두 배의 값으로 물건을 산 이후에 어느 곳에 물건을 사러 가면 항상 전문가 친구들과 함께 갔다.


호구라는 말이 꼭 물건값을 흥정할 때에만 쓰이지 않는다. 아르바이트나 일을 할 때에도 호구를 잡히는 일이 많다. 나는 태어나서 호구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친구는 뭐가 무서워서 자꾸 맞서 싸우지 않고 져주냐고 했고 나는 아무리 적이더라도 큰 상처를 주는 것도 싫고 원한을 사는 것도 싫다고 했다. 그러다가 평생 당하고만 산다고 했는 데에 나도 내가 왜 이럴까 싶다.


최근 수 년 전에 일어난 일인데 평소처럼 글을 쓰면서 아르바이트 생활을 병행했다. 평생 수많은 일들을 해봤고 별의별 사람은 다 겪어 봤는 데에 태어나서 처음 겪어본 유형의 사람과 같이 일하게 되었다. 작업장에는 상사가 한 명 밖에 없고 나머지는 계급이 다 똑같고 일터 특성상 오래 일하고 그만두는 사람이 없고 약 6개월마다 사람이 바뀌는 시스템이라서 서로 계급이라는 게 없다. 그런데 이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무엇이 달랐느냐면 나보다 연장자였고 계급이 똑같은데 나한테 업무 지시를 내리는 것이다. 서로 같은 계급인데 말이다.


잠시 옛날 이야기를 해보자면 원래 파트너이시던 분이랑 몰래 일터를 벗어나서 앉아서 시간을 떼운 적이 있었고 그것을 새 파트너에게 말했더니 그걸 그새 가서 상사한테 이야기를 한 것이다. 물론 몰래 일을 쉰 것도 잘못이고 그걸 믿고 파트너에게 알려준 것도 잘못이라면 잘못이다. 그렇지만 상사가 나한테 화가 나버렸고 나는 일을 안 하는 사람이 되어버렸고 나는 며칠 동안에 이유를 모르고 몇 번 혼났는 데에 이유가 그거였으니 화가 났었다.


친구들에게 토로했더니 차라리 너도 막 나가라는 소리에 저렇게 살고 싶지 않다며 싫다고 하자, 또 호구라는 소리를 들었다. 현재 일자리는 특수한 경우라서 시급도 모두가 똑같고 성과급도 없으며 진급도 없고 초과 근무 수당도 없는데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다.


새 파트너는 상사가 어떠한 업무 지시를 내렸는지 얘기를 들으면 제대로 공유를 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업무가 시작되기 전에 혼자서 편한 일과 비교적 더 어려운 일을 구분해서 자기가 더 자신이 있거나 더 편한 일을 자기자신이 할테니 나한테 비교적 더 더럽거나 어려운 일을 하라고 지시했다. 머리로 이 사람이 나를 호구로 알고 이러는구나 싶어서 다 알고 따지고 싶었다.


어느 날은 퇴근하고 나서 그 사람이 내가 몰라서 당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짜증이 났다. 이전에 같이 일했던 파트너분이랑은 일도 다하고 매일매일 웃으면서 일을 했었고 사람을 위아래로 나누거나 같은 계급인 걸 인지하고 무리한 건 시키지 않으셨던 분이었는데 그분이 너무 많이 보고 싶었다.


어떠한 사람은 어차피 그 사람은 몇 개월을 일하면 그만고 저러고 살아왔던 거 같으니 너무 화내지 말고 참고 그 사람 자체를 잊어버리라고 조언했다. 그래서 그럴까하고 고민 중이고 그 사람한테 당하고 온 사람들이 안타까워졌다. 결국에 계약이 끝나서 일을 끝마치게 된다면 그 분에게 하고 싶은 말은 '사람들이 구라서 당하고 사는 게 아니에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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