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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제 Oct 01. 2023

게임에서 '한 수, 잘 배웠습니다'했다가...

리그 오브 레전드.


리그 오브 레전드 일명 '롤'이라는 게임 시즌2의 후반부에 친구의 권유로 시작했습니다. 다른 온라인 게임도 그렇지만 롤은 욕설과 부모님의 안부를 묻는 일이 많죠. 저는 이 게임을 친구와 친구의 친구들이 있을 때만 같이 게임을 하다가 혼자서 게임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5:5로 게임을 하지만 칭찬을 하는 사람이 반드시 같은 팀의 사람이 아닌 경우도 있고 상대방에게 욕설을 하는 사람이 반드시 적이 아닌 같은 팀인 경우도 많았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혼자서 게임을 할 때가 생각나는 데에 우리 팀이 어느 라인하고 상관이 없이 일방적으로 게임에서 압도적으로 패배를 당했습니다. 저는 그때 당시에 우리 팀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상대 팀에게 분노를 푸는 문화를 알지 못했었습니다. 게임이 끝난 후에 채팅 창에서 저는 제 상대편 라인에 있던 분께 '게임을 잘하신다'라고 하며 '게임 한 수 잘 배웠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같이 패배한 같은 팀원이 '배우긴 뭘 배우느냐, 배우는 거는 딴 데나 가서 하고 게임이나 접어라 XXXX야'라고 말하면서 글로 적기에도 민망하고 보기에도 기분이 나빠지는 욕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계급이 달려있는 승급전도 아니어서 페널티도 없었고 일반 게임이었기 때문에 같은 팀이 저를 향해서 십수 분 동안을 욕하는 데에 아무런 말도 못 했습니다.


제 실력이 모자랐으니까 패배한 게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욕설을 한 팀원도 잘한 게 아니었습니다. 저나 그 팀원이나 킬 수나 어시스트 그리고 데스 숫자가 엇비슷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게임은 이기려고 하는 것이 맞긴 합니다. 승급 전이 아닌 일반 게임에서도 이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합니다.


단지 지금보다 십수 년을 더 어렸던 저에게는 온라인 게임에서 난무하는 욕설이나 비하하는 발언들을 보면서 '게임은 재밌으라고 하는 거 아닌가?'라는 근본적 의문이 들면서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 나중에는 아예 같은 팀이든지 아니면 다른 팀이든지 간에 대화를 차단하고 말싸움 대신에 게임에 보다 집중했더니 등급이 브론즈에서 골드까지 올라갔었습니다.


물론 저보다 게임을 잘하시는 분도 많고 저도 게임을 오래 하면서 욕설을 하거나 상대방을 비방하는 채팅들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 게임에 이겨도 패배해도 그렇게 기쁘지 않고 게임 자체도 패치를 수시로 해서 아이템의 조합법이 바뀐다거나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거나 원래의 캐릭터를 재작업해서 제가 잘하던 캐릭터도 잘 못 다루게 되면서 게임이 숙제처럼 느껴졌고 그것이 쌓이고 쌓여서 롤을 접었습니다.


게임을 안 하면서 욕을 할 일이 대폭 줄어들었고 그렇다고 리그 오브 레전드를 제외한 나머지 게임도 안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현재는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데에 욕을 전혀 안 듣는 것도 아니고 비하에 감정이 상해서 맞받아치지 않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게임을 그냥 접고 아예 안 하고 싶었지만 인간 사회에서 살면서 특히 대한민국에 살면서 게임이 없이 인맥 관리를 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저는 그저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하든지 아니면 다른 게임을 하든지 간에 상관이 없이 상대방이 저보다 게임을 잘하든지 아니면 못하든지 간에 배울 점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게임을 할 때에 '한 수 배웠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그 사람의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게임 실력, 욕설이나 비하에도 공손히 말하는 태도, 역전을 위한 집중력, 모두를 기분 좋게 하는 위트 등등 저에게는 전부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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