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에서 병장까지
오늘도 아들은 부대 정문 위병소에서 큰 소리로 “필승”이라는 경례를 한다.
아들이 자대배치를 받고 맡은 업무가 무엇인지 물었을 때
"부대 정문 위병소 근무입니다"라고 말하자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섰다.
80년대 초에 강원도 고성군에 있는 사단본부에서 근무할 당시 부대 정문 위병소에 근무하는 군인이 항상 큰소리로 “충성”을 외치는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위병소 근무는 정위치에서 근무하면서 큰소리로 경례 구호를 외치는 근무인지라 아들이 목이 자주 쉬기에 걱정도 되고, 주로 야외에서 근무하는 특성상 눈이 오든 비가 오든, 덥거나 추울 때도 장시간 경계근무를 서야 하기에 염려가 되었다.
하지만 아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필승”을 크게 외치며 근무한다고 하니 다행이었다.
위병근무를 마치면 행정반에선 부대의 다양한 행정업무를 하며 때로는 야근도 한다고 하였다. 또한 훈련 때는 기갑부대답게 장갑차를 타고 기동하는 연습을 한다고 한다. 유사시를 위해 장갑차를 조종하는 훈련도 했다고 하니 아들이 만능 멀티플레이어처럼 느껴졌다.
평소 부모님은 손자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그래서 아들은 자기가 맡은 일을 남에게 미루지 않고, 그날 처리하는 습관이 부대에서도 이어 나가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이런 아들이 대견하면서도 “때로는 요령도 부릴 줄 알아야 하는데”고 말했더니 아내는 "천성이 어디 가겠소"라고 말하면서 웃고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