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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딸랑구

이제는 딸에게서 독립해야 할 때...

27살에 결혼하여 허니문 베이비로 딸을 낳게 되었다.

어느날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려는데 식은땀이 나며 구역질이 올라왔다.

이 증상이 며칠 지속되자 설마 하면서도 산부인과 검진을 받게 되었는데 정말 임신이 맞았다.

임신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머리가 띵하면서 불쑥 겁이 났다.

준비해서 아이를 갖는것과 갑작스럽게 아이가 들어서는 것에는 조금 차이가 있다.

둘째는 정말 열심히 노력하여 가졌기 때문에 첫째때와는 느낌이 조금 남달랐다.

그러나 나는 딸아이를 갑작스럽게,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가졌던지라

엄마가 된다는 사실에 많이 겁을 먹었었다.

아이는 정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어댔고, 부모님과 떨어져 남편과 타지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한 나로서는

독박육아로 인해 점점 진이 빠져 결국에는 아이도 울고 나도 우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그랬던 아이는 부모의 바램대로 별탈없이 잘 성장해 주었고

엄마의 투병과 수술을 견뎌냈으며, 학업을 순조롭게 마친 후 취업에도 성공 하였다.

그런 아이가 이제 결혼을 한다.


나는 막연하게도 딸아이의 결혼은 서른 넘어 그 어디쯤으로 생각하고 있다가

갑자기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딱 맞은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결혼을 하다니? 아직 솜털 보송보송한 애긴데...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다.

(사실 딸아이는 올해 27이고 결혼은 내년2월, 28살에 하게 되었음을 미리 밝혀 둔다)

처음 그러한 통보를 받았을때는 화를 엄청 냈었다.

무슨 결혼을 그렇게 빨리하려고 하냐?

좀 더 만나보고 서른 넘어 해라!

둘이 결정한거냐?

상대편 부모님도 아시냐? 등등

속사포처럼 내입에서 절규와 같은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나의 충격을 뒤로 하고 결국 아이들은 결혼 날짜를 잡았고, 양가 부모님들에게도 인사를 마쳤다.


처음 귀염둥이(사위를 귀염둥이라 부르겠음)를 만난 날을 기억한다.

나도 떨고 있었지만 우리 귀염둥이도 엄청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 했다.

예의 바르고 상냥하며, 노력하는 모습이 예뻐서

그동안 경계하고 있었던 모든 마음과 상념들을 그 날 다 내려놓게 되었다.

그 날 만남 이후 이제 내식구가 된다 생각하니 웬지 든든하고 하는 모든것들이 예쁘게만 보였다.

(사람 마음은 갈대라더니...쩝)


딸아이와 귀염둥이는 천천히 결혼 준비를 해 나가고 있다.

예식장도 잡았고 결혼 반지도 맞췄다.


그러나 나는 아직 딸아이를 독립시킬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것 같다.

자기의 인생을 준비하고 책임질 어엿한 성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눈에는 그저 엄마에게서 떨어질까봐 울던 어린 아이가 보인다.

이 아이가 정말 잘 해낼수 있을까?

그러나 딸아이는 이미 나에게서 독립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런 아이를 독립시키지 못하고 있는건 바로 나라는걸 인정한다.


모든 변화의 시작은 "인정"에서 부터 시작된다.

그러니 오늘도 나는 딸아이 에게서 나를 독립 시킬 마음의 준비와 연습을 천천히 시작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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