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나무
이른 새벽 산을 오르는데
어디선가 적막 깨치며
딱다그르르, 딱딱-
잠 덜 깬 머리 후리치는
목탁소리
놀라 고개들어 두리번거리는 눈앞에
잿빛 딱따구리 한 마리
저만치 나무 등걸에 수직으로 매달려
구멍 뚫기 한창이다
몸으로 지은 절 한 채
무아지경 독경소리
천지사방 초록빛 적멸로 환해지는
탁목의 깨우침에 온 우주가 꽃피어 눈부시다.
-최춘희 「초록빛 적멸」전문
나무는 지상에 존재하지만 가지는 하늘을 향해 있고 그 뿌리는 지하에 묻혀 있다. 사람들에게 쉴 곳을 제공해 주기도 하지만 신성한 존재로 읽혀지기도 한다. 나무가 천상, 지상, 지하의 세 가지 세계를 연결하는 것처럼 산도 이와 같은 의미의 동질성을 지닌다. 최춘희의「초록빛 적멸」『시와 사상』(2004, 가을)에서의 화자는 새벽길을 오르자 딱따구리 소리가 마치 목탁소리처럼 들려오는 것을 느낀다.
그런데 이 소리를 들은 화자는 무아지경 독경소리로 온 우주가 초록빛으로 환하게 열리는 눈부심을 경험한다. 이 소리가 화자의 몸으로 파고드는 순간 화자는 법열을 느끼게 된다. 산과 나무, 역시 온통 딱따구리의 탁목소리로 무아지경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딱따구리도 스스로의 목탁소리에 적멸의 세계로 들기에 온 우주가 환해진다.
나무 위에서 딱따구리가 탁목을 하는 소리를 듣는 순간 세상의 모든 고통과 번민이 사라지고 자신마저도 잊어버리는 세계로 몰입하게 된다. 나무와 자연이 일치되고 화자가 탁목소리에 무아지경이 되면서 화자 스스로는 온 몸을 자연에 의지하게 되고 적멸의 세계에 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