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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재순 「집·46」

by 김지숙 작가의 집 May 27. 2023


칸트의 말처럼 우리는 감각과 오성을 통해 대상을 인식하며, 세계의 모든 대상은 우리가 가진 자발적 인식 능력이 능동적으로 작용하여 구성해 낸 결과물들이다

즉, 우리는 감각을 느끼는 세계만을 인식한다. 타인의 말을 경청한다는 것은 타인이 말을 통해 자기 마음의 소리를 밖으로 표현해 내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그 사람의 말에는 그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으며, 인간관계에서 듣기를 잘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스티븐 코비 박사에 따르면 경청을 하는데도 단계를 밟는다. 이들은 무시하기 듣는 척하기 선택적 듣기 귀 기울여 듣기 공감적 경청의 과정을 통해서 경청에 이른다 하지만 경청을 할 수 없는 경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즉, 상대를 평가하거나 다른 생각을 하거나 혹은 전혀 공감되지 않는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집들은 말을 한다

왜 이리도 멀리 돌아왔는지

그 자리에서 오래도록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묻고 말하고 싶지만

집은 침묵으로 말하고 있다

막막하게 걸어온 길 내려놓고

뒤란 밤나무 아래 서서

나무의 말부터 들어보라고

객지에서도 들렸던 말

불 끄고 그만 자거라

불꺼진 창과 빈방의 적막을 견디며

이따금 혼잣말 하면서

기다려 온 시간들

이젠 길고 긴 집의 말을 들을 차례다

-체재순 「집·46」



      


  위의 시 「집·46」 에서는 비언어적인 요소를 통해 사물과 대화하는 화자와 만난다. 화자는 집들이 하는 말을 듣고 나무의 말을 듣고 혼잣말을 하다가 긴 집의 말을 듣는다. 물론 말을 직접적으로는 들을 수 없지만 그 집과 연관된 많은 생각들을 불러낸다

화자는 집에서 들리는 요소와 보여지는 사물의 놓여 있음 그리고 이따금씩 기억된 사물들이 인식된 장소에 의한 기억을 소환하고 있으며 이들을 통해 집들이 하고자 하는 말들을 듣는다 ‘불꺼진 창’ ‘빈 방의 적막’ ‘기다림’ ‘침묵’ 등을 통해 화자는 집이 불러들이는 기억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또 나무가 하려는 말들을 듣고자 한다

혼잣말이나 사물로부터 획득되는 말들은 모두 화자의 내면에 기록된 기억 속의 비언어적인 요소들을 언어화한 작업에 속한다. 비록 귀에 들리지는 않지만 눈에 보이는 사물들이 마음 깊이 다가와서는 내면의 울림으로 되새기는 요소에 연관되고 집이 가져다주는 확장된 의미들은 비언어적 활동을 통해 추억을 환기하는 매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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