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순 「운학동 돌무지의 비밀」

by 김지숙 작가의 집

황상순 「운학동 돌무지의 비밀」




어떤 새였을까

가벼워, 너무 가벼이

바람결에 훌쩍 몸 실어 떠난 자리

나이 자신 동네 노거수들 모여

함 함, 봄날 너무 길다

어깨 서로 기대어 깜박 잠이 든 사이

주인 떠난 집 안방 한가운데

누가 몰래 누어 놓았을까

겹겹 쌓인 똥 한 무더기

해 지고 달 뜨는 법 나는 모른다,

본 바도 들은 바도 없다

노거수들 어깨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능청스런 햇살

엉덩이로 천년을 뭉개고 앉아 있다

-황상순 「운학동 돌무지의 비밀」



바슐라르가 말하길 상상력이 지닌 자유로움은 현실과 비현실을 종합하는 미래적 기능을 지니며, 이는 상상력의 궁극성을 지향하며, 물질적 상상력에 따른 공간이 지닌 원형적 심상에 대해 기술한 바가 있다.(C. Bachelard 1990) 살아가면서 우리는 현실 속에서 바라보는 현실 너머의 비현실을 바라보는 상상력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또한 우리는 현실의 상상력에서 나아가 기억 속의 사실을 데려다가 상상력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이런 기억들을 주로 감각기관을 통해 유입된 정보 혹은 장기 기억에 저장된 정보가 활성화되고 유지되는 과정을 말한다. 이 기억에는 저장기능 및 일시적 정보조작 기능을 하는 단기기억과 주의 반응 통제 시각정보저장을 하고 언어이해 청각적 암송 등을 담당하는 작업기억이 있다 그런데 필요에 따라서 기억을 돌이키는 상황에 놓일 경우 선택적으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며 상황에 적절한 결과로 재구성하게 된다. 이렇게 선택적으로 기억을 떠올리는데는 자신도 의도적인지 비의도적인지 명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시의 화자는 ‘운학동’ 돌무지에 놓여있는 새들이 머물다간 흔적으로 새똥을 바라본다. 이 장소에 서서 ‘새’ ‘노가수’ 등을 연관 지어 몸이 너무 가벼워 바람결에 떠난 새와 동네 노거수들이 한자리에 모여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 이에는 화자가 현재 자신이 바라보는 장소에 존재하는 ‘돌무지’ ‘노거수’에 대해 자신이 지각하고 느끼는 바를 자신의 시각으로 접근하여 주관적이며 현실적인 관심을 갖는 한편, 과거의 맥락에 더불어 이를 이해하려는 의도가 나타난다.

기억을 관할하는 기능에서 우리의 뇌는 기억과 감정을 조절하는 해마와 인지를 조절하는 전두엽의 신경 연결이 강할수록 스트레스를 덜 느낀다. 실제로 좋은 기억을 떠올리면 전두엽과 해마의 연결고리가 강화되어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시에서 운학동 돌무지와 주변의 ‘새’ ‘노거’ ‘햇살’ 등을 통해 편안한 마음으로 돌무지의 지난 세월을 되짚어 보는 과정에서 ‘능청스런 햇살이 엉덩이를 뭉개고’와 같은 돌무지의 장소감이 주는 여유로운 화자의 마음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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