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수치는 잊어 버리자
코 큰 서양인을 부러워하던 때는 지났느니라
의지로 다졌던 젊음의 연을 달고
강바람 맞으며 경계를 넘어
아스팔트 길 위를 통통 걸어가는 까치의 발짓도
속도 내는 우편 배달부의 차를 피하는 법
정류장 지나며 한숨을 내려놓고
스산한 밤을 거쳐 온 연민을 끄집어내며
이제는 일상이 된 저 도시의 거룩함에
한때의 가난 설움 위에 올려놓고
빌딩을 오르는 의지를 다져보자꾸나
-정신재 「원형·1 -가난」
칸트는 눈 코 귀 등의 감각기관으로 받아들인 경험만으로 무엇을 알 수 있다는 보편적인 생각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참되고 확실한 지식은 아 프리오리(a priori, 처음부터 최초의 것으로부터 혹은 선험적)로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경험 이전에 존재하는 것으로 경험에 의해 좌지우지 되지 않으므로 주관성과 한정성에서 자유롭다 또한 대상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감성과 지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지성 없는 감성은 맹목적이고 감성 없는 지성은 공허하다(순수이성비판)고 말한다
우리가 기억을 회상한다는 것은 단지 과거의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어 기억하려는 의지적 혹은 비의지적 행위과정에 더해, 대상을 받아들이는 기관인 감성과 감성을 통해 인식 분별 판단하려는 지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과거의 기억은 현재라는 시공간 속에서 현재 삶의 기준에서 적절히 어림잡아 재탄생되고 재인식되어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 보다 큰 의미를 갖는다
시에서 화자는 수치 부러움 등 지나간 부정적인 일들에 대해 담담한 어조로 언급하고 현재의 상황에서 과거의 아쉽고 안타까운 일들을 매개로 현재를 발돋움하려는 의지를 담고자 한다 이러한 화자의 의지는 비록 동일한 시공간에서 같은 대상이라 할지라도 각자가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다른 감성을 갖는데 이는 개인의 경험 차이에서 온다고 본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크다 작다, 단수냐 다수냐와 같은 범주를 인식하고 있다 이는 경험이전에 존재하는 선험적인 것으로 자신이 부러워하던 큰 코 벗어던지고 싶던 가난 이러한 점들은 굳이 드러내놓고 비교하지 않아도 사물을 접하면서 동시에 선험적으로 판단하고 분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공통된 판단과 분별을 통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확실히 인지하는 지식에 도달한다. 이에는 선험적 감성 형식이 드러나는데 이 점은 누구나 느끼지만 동시에 강하게 느끼느냐 그저 무심하게 스쳐 지나가느냐의 차이는 있을 뿐 감성을 통해 대상을 받아들이는데 필수조건이자 모든 인간이 경험에 앞서 느끼는 형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