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진 자의 밥 서론
밥의 의미와 심리적 레시피 1
허기진 자의 밥 서론
대부분의 사람은 생명을 유지하려고 음식을 먹는다. 그래서 음식은 살기 위한 필수 요건이자 생존 본능과 관련되며 삶의 질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그래서 사람들은 음식을 섭취할 때 자신의 오감을 모두 사용한다 따라서 무엇을 먹는가라는 문제에 직면하면 개인적으로는 삶의 기본적 욕구 및 내적 욕구를 충족하려는 동시에 단체 속에서는 개인의 생활 방식을 드러내는 매개가 되기도 한다
한편 남들에게 보여주는 용도로서 음식을 선택할 경우 음식은 자신만의 개성이나 가치관을 드러내는 매개가 되므로 개인이나 공동체의 문화를 형성하고 이해하는 데 주요 요인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BC 2100년대 볍씨가 처음 발견되었으며, BC 200년경부터 밥을 먹기 시작했다. 벼농사는 신석기에 시작했으며 청동기 초기를 거쳐 삼국시대에 이르러 쌀밥이 주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조선시대에는 밥을 주식으로 삼았지만 쌀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쌀밥을 배불리 먹기는 어려웠다.
따라서 쌀밥은 부의 상징이자 특별한 날에만 배불리 먹는 특식이었다 일제강점기에 들면서 추수한 대부분의 쌀은 수탈되어 일본으로 건너갔으며 그 흔적들은 지금도 군산시 경암동 철길, 군산선 임피역 등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전북 익산시 춘포면 춘포리에는 당시 미곡을 수탈하기 위해 구마모토 영주인 호소카와가 철도와 철도역 세웠던 흔적들이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허문회 박사가 오랜 연구 끝에 신품종 통일벼라는 결실을 보게 되었다 이 통일벼는 병에 강하고 기존의 벼보다 40% 상회하는 다수확 벼로써 아시아의 녹색 혁명을 이끌었다
그 결과 대부분의 국민들이 쌀밥을 먹는 쌀의 보급화를 가져 왔다 이후 통일 볍씨를 토대로 1992년에 이르러 보다 나은 품종의 다양한 벼를 재배하는 기술을 전파하면서 통일벼는 사라지게 된다 2000년대에 들어 서구적 식습관으로 변화하면서 쌀 소비량은 급격히 줄어들었고 쌀 대신 다른 곡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났다
산업화 이전에는 가족이 둘러앉아 밥상을 받는 모습이 관습화되었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 급격히 도시화되면서 가족 형태가 핵가족 1인 가족 등으로 변했고 식생활 양식은 오늘날 세대 간에 많은 변화를 맞았다이에 따라 산업화 도시화 이전에 지녔던 밥의 의미는 생존의 수단이었지만 오늘날의 밥은 문화의 선택이라는 의미 변화를 맞게 된다 따라서 밥에 대한 의미가 변하는 과정과 더불어 사회 전반에 걸친 의식 역시 변화하면서 이들은 개인과 공동체에 이르기까지 상호 심리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음식과 문화를 관련지은 다양한 논의가 있다. 그 예로 한국 문화의 사상 체계와 식생활 문화 간의 논의(조미숙 2009) 한국인의 상징적 측면과 음식 문화 간의 논의(구미래 2009) 한국인의 상징세계와 식재료 간의 논의(김인술 2009) 등이 있다
이들 논의에서는 공통적으로 문화와 음식 간의 관련성을 매우 크고 절대적으로 여기는 생각과 상징을 포함하여 음식과 관련된 세부적 측면까지 간파하고 있다. 문학 작품 속의 음식에 대한 고찰은 음식과 당대의 사회반영과 의식의 변화에 관해 연구(한경란 2014) 백석 시와 음식의 아우라에 관한 연구(소래섭 2009) 백석 시에 나타난 음식과 무속의 호명 의미 고찰(박종덕 2009) 백석의 <국수>에 나타나는 식공간 연구에서 식공간이 시대적 상황과 민족의식을 표현하는 매개로 해석(허서윤 외1)하여 음식과 문화 풍습 등 백석의 시에 대한 전반적인 고찰이 있고, 끝으로 음식을 기억의 종류와 관련지은 필자(김지숙 2016)의 논의를 들 수 있다
본고는 음식 중에서 특히 시에 나타나는 ‘밥’을 중심으로 그 의미나 표현에 관심을 두고 심리적 방식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이는 밥과 관련된 화자의 가치관 심리기제 의식 기억 등과 더불어 비언어적 요소들을 통한 고찰로서 V. E. 프랭클의 로고테라피(의미요법)이론 및 A. 아들러의 공동체 감각 이론 등과 연관 짓고자 한다
우리에게 밥은 실존적 상황과 직결된 만큼 ‘밥’ 소재의 우리 시가 지니는 심리적 측면은 시화 과정에서 언어 뿐 아니라 비언어적 표현 방식에서도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된다 또한 밥과 관련된 내적 외적 상황 생활 정서 등을 고찰하고 이를 밥에 관련된 여러 정황들을 이해하는 매개로 삼고자 한다
V. E. 프랭클은 죽음의 수용소 아우슈비츠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의 의미를 추구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영적 정신학적(neological) 차원으로 분리시키는 심리요법을 통해 끝까지 살아남았다 이는 인간정신과 심리가 본질적으로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 점을 실제로 자신의 삶의 영역에서 활용하였다
로고테라피(Logotherapy)란 헬라어logos는 의미(meaning)와 영(spirit)이라는 이중적 뜻을 지닌다 또한 Logos란 인간 존재의 인간됨 나아가 인간 존재의 의미를 뜻한다 Logotherapy란 ‘의미 요법’으로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를 바라보며 삶의 의미를 찾고 현재의 삶에 충실하라는 격려 차원의 심리 치료법이다. 물론 과학적 검증 관찰 실험 대상이 되기 어려운 철학적 심리학 면이 있어서 기법이나 방법 면에서는 과학의 차원을 벗어난다
따라서 인간 실존의 본질적 특성, 즉 자기 초월과 자기 이탈에 기초를 두는 한편, 그 목표는 인간 속에 내재하는 책임과 자유를 일깨워서 삶의 의미를 찾는데 있다 이는 주어진 상황들을 바꾸지 못하는 처지에 놓인 자신을 극복하기 위해 반성 제거와 역설 지향이라는 심리 기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반성 제거란 최악의 상태에서 자신을 분리시켜 그러한 상황에 저항하고 용기를 갖는 상태를 말하며 역설 지향이란 공포적 상황과 대결하여 공포를 극복하는 심리 극복의 방식으로 자기 비난이나 죄의식을 감소시킨다 하지만 이를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닫기까지는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