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워지자 저녁은 찬장에서 귀뚜라미 소리를 꺼내 풀어놓기 시작하였다
귀뚜라미 소리는 고양이 눈알을 두 개씩 말갛게 닦아 마루 밑에 달아놓았다
고양이 눈알에서 펌프질한 차가운 눈물을 받아 쉰 보리밥을 두 그릇이나 말아먹었다
보리밥 냄새가 빠져나간 부엌 구석에서 찬장은 함구하고 속으로 어두워졌다
-안도현 저녁밥
오늘날 우리는 넘쳐나는 먹을거리와 먹을거리 정보의 홍수 속을 살아간다 드라마 TV SNS 등의 매스미디어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손끝만 움직이면 음식에 관한 정보들을 쉽게 접하고 이러한 내용은 대중의 주된 관심사가 되었다
이러한 먹방(먹는 방송)은 가족의 구성원이라는 형태 변화에 따른 사회적 상황을 드러낸 결과로 혼자서 밥을 먹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TV를 보며 식사하는 행위로 혼자 식사한다는 느낌을 해소하는 효과도 있다 또 우리가 어떤 음식을 섭취할 때는 다양한 감정들과 연관되며 그것은 음식을 섭취하는 여러 습성과도 관련된다
이는 일중독형 다이어트 강박형 자기 파괴적 폭식 외톨이형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음식을 통해 정신적으로 승화되기를 원하며 매우 자극적이거나 큰 희열을 얻는다 반면 음식은 생명연명의 방편으로 삼는 경우에는 음식을 최소한으로 섭취하는데 그친다
시에서 화자가 음식을 섭취하는 방식은 외톨이 형에 가깝다 물론 이 경우는 과거의 상황을 회상하는 부분으로 오늘날의 먹을거리 홍수 시대와 핵가족 1인 가족 등의 시대상황에 해당되지는 않는다 비록 현재의 상황이 아니라 이미 오래된 기억 속에 존재하지만 그러한 과거의 어렵고 가난한 상황 속에서 외로운 화자의 모습은 모든 것이 풍족한 현재의 상황 속에서 재현하고 있다
캄캄한 밤 홀로 쉰 보리밥을 말아먹는 부엌 공간에서 저녁밥이 주는 절박한 생존의 의미를 떠올린다 삶에 대한 목표나 의미가 적극적일 때 살려는 의지는 심화된다 또한 어떻게 살아갈지 또 어떻게 존엄성을 유지하며 품위 있게 살지에 대한 삶의 의미를 찾고 고난에 대처하며 살아가는 화자여야 하는데 화자가 떠올리는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고 과거의 그 삶에 대한 의미나 느낌에 대한 언급은 없다
화자는 주어진 그 상황 속에서 묵묵히 쉰 보리밥을 홀로 먹는다 화자가 처한 최악의 상황이지만 그래도 먹어야 산다는 용기 있는 행위로 주어진 현실을 긍정적으로 극복하려는 화자의 의지가 나타내며 이로써 살려는 힘을 가지려고 주어진 삶을 재정비하려는 자세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난과 소외의 감정을 ‘쉰 보리밥을 먹는 행위’로 대변되며 쉰 보리밥은 당대 상황 속에서 가난한 화자가 처한 상황을 잘 보여준 매개물이 된다 하지만 현대인은 혼자서 밥을 먹는 일이 다반사이다 예전에는 혼자 밥을 먹는 행위는 공동체 속에서의 이탈을 의미하여 부정적인 시각을 들여왔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먹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 많고 문화적 의미까지 더해지면서 예전처럼 배가 고파서 허기를 채운다는 의미로 밥을 막지는 않으므로 먹는 행위 자체를 판단하기도 단순하지 않다 또한 미혼 비혼 등으로 독신이 늘어가는 현시대적 상황 속에서 혼자 밥을 먹는 행위는 더 이상 공동체 속에서의 소외나 거부의 의미와 연결 지을 수 없다
따라서 심리적 위축감을 가질 일은 아니라는 점을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인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시의 화자가 혼자 밥을 먹는 행위에서 되새기는 공동체의 이탈감이나 외로움은 현재 혼자서 밥을 먹는 행위에서 느끼는 감정들과는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