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마당밥

by 김지숙 작가의 집

일찍 나온 초저녁별이

지붕 끝에서 울기에

평상에 내려와서

밥 먹고 울어라 했더니

그날 식구들 밥그릇 속에는

별도 참 많이 뜨더라

찬 없이 보리밥 물 말아먹는 저녁

옆에 아버지 계시지 않더라

-안도현 마당밥




오늘날은 가족 공동체의 해체가 진행되고 있다 독거노인 1인 가정 핵가족 기러기 아빠 등 새로운 가족형태가 양산되는 가운데 고독사가 늘고 가족의 유대감을 상실되었으며 가족붕괴라는 신풍조마저 생겨나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떠안으며 현대인은 살아간다

그 문제들을 자기 힘만으로 해결 못할 상황이라면 문제가 해결될 동안 고민하거나 해결되었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상처는 오래 동안 잊히지 않는다 인간의 뇌는 기억의 조각을 재조립하므로 그 기억에는 왜곡이 일어나기도 쉽다

그리고 그 기억을 자신이 조합하는 방식으로 반복적인 회상을 하다보면 그 기억이 사실인지 아닌지조차도 판가름하기가 힘들게 된다 그래서 기억의 재구성이란 진실 그대로의 기억이라기보다는 기억하고 싶은 내용에 대한 기억이라고 볼 수 있다

시의 화자는 어린 시절 저녁식사 시간에 밥그릇 속에서 별이 많이 뜰 만큼 보리밥에 물을 말아 먹던 배고픈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 반찬 없이 보리밥을 물에 말아먹던 가난했던 기억보다 오히려 화자 자신도 어찌 못하는 아버지의 부재 상황이 더 슬프고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남는다

이 기억은 화자에게 아버지의 존재가 가난보다 더한 슬픔으로 기억된다 애도란 상실을 표출하는 인간의 표현 방식이다 이 애도는 처음에는 무감각 충격과 사실의 부인으로 시작되지만 그리움 좌절 분노 절망 우울 무기력 재조정 등의 과정을 받아들이며 새롭게 시작되는 4단계의 과정을 거치면서 완성된다(Bowlby)

화자는 이러한 애도의 단계들은 긴 세월을 거치면서 실행된다 화자는 아버지의 부재를 보리밥을 떠올리면서 동시에 무의식적으로 기억한 아버지의 부재를 수시로 떠올린다

프랭클에 따르면 인간은 신체 심리 정신으로 구성되었다고 보고 의미의 부름을 수용하고 이 부응하는 마음을 무의식적 활동이라 여긴다 그리고 정신적인 것은 그 심층에 근거해 본질적 필연적 무의식적으로 본다 사별인지 이별인지 아버지의 부재의 상황은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과거 아버지의 부재는 현재에도 여전히 화자의 정신적 심층 내부에 존재하면서 무의식적 우울로 상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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