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몸 일으켜 혼자 찬밥을 먹는다
찬밥 속에 서릿발이 목을 쑤신다
부엌에는 각종 전기 제품이 있어
1분만 단추를 눌러도 따끈한 밥이 되는 세상
찬밥을 먹기도 쉽지 않지만
오늘 혼자 찬밥을 먹는다
가족에겐 따스한 밥 지어 먹이고
찬밥을 먹던 사람
이 빠진 그릇에 찬밥 훑어
누가 남긴 무 조각에 생선 가시를 핥고
몸에서는 제일 따스한 사랑을 뿜던 그녀
깊은 밤에도
혼자 달그락거리던 그 손이 그리워
나 오늘 아픈 몸 일으켜 찬밥을 먹는다
집집마다 신을 보낼 수 없어
신 대신 보냈다는 설도 있지만
홀로 먹는 찬밥 속에서 그녀를 만난다
나 오늘
세상의 찬밥이 되어
-문정희 찬밥
인간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자신을 지키려는 힘이 있다 독일의 강제수용소에서 자기 분리(自己離脫: self-detachment)로 고통스러운 상황을 극복하고 살아남았던 V E 프랭클은 강인하고도 특별한 심리적 능력을 지녔다
자신에게 집중하던 눈을 외부로 돌리면서 이전에 보이던 세상과 사물과는 달리 좀 더 많이 확장된 세상의 모든 것을 본다 그는 세상의 모든 것을 바라보면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으려 노력했고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여는 노력을 했다
삶의 의미를 찾는 일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전 생애를 거처 바람직한 삶을 살아가려면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하지만 삶의 의미를 추구하고 발견하는 일이 만족스럽고 행복을 가져다주지만 때로는 고통의 과정이 된다(V E Frankl 1963)
왜냐하면 목적과 목표를 실현하는 과정은 단기간의 행복과 상반되는 노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Waterman 1984) 따라서 좋은 삶은 행복과 의미라는 두 특징을 가지지만(King & Napa 1998) 때로는 행복하지 않아도 의미 있는 삶은 가능하다(Mc Gregor & Little 1998)
시의 화자는 아픈 몸을 일으켜 찬밥을 먹는다 찬밥의 목 넘김은 서릿발이 목을 찌르는 느낌으로 와 닿는데 이는 생존을 위한 몸짓이다 시에서 ‘찬밥’은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살기 위한 본능에서 먹는 밥이다
화자는 혼자 찬밥을 먹으면서 과거 그녀가 가족에게는 따뜻한 밥을 지어먹이고 자신은 늘 찬밥을 먹던 기억을 떠올리며 애잔한 마음으로 그녀를 그리워한다 화자는 누구에게 인정받으며 살아가는 삶은 아니지만 문득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과거 그녀의 노고에 대해 새삼 미안함이 화자에게 공허함으로 다가온다
또한 시에서 ‘찬밥’은 화자가 자신의 삶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매개가 된다 아픈 몸을 일으켜 찬밥을 먹는 행위 단추를 누르는 행위들은 생존을 위한 몸짓이다 찬밥 생선 가시를 훑는 행위 달그락 거리는 손 역시 어머니의 생존 행위이며 홀로 먹는 찬밥 등은 삶의 의미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따라서 사물을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단하는 주체인 시의 ‘나’는 근원에 있어 어떤 시도도 의식적 반성의 대상이 되지 못하므로 무의식적으로 본다 따라서 ‘나’가 삶의 의욕을 상실한 경우에도 심층의 ‘나’의 기저에 있는 생명력이 자신을 지키려면 의식적인 ‘나’를 지키게 된다 왜냐하면 모든 생명은 유기적으로 연결되기에 이러한 생각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