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 찬밥은 쓸쓸하다
찬밥을 먹는 사람도
쓸쓸하다
이 세상에서 나는 찬밥이었다
사랑하는 이여
낙엽이 지는 날
그대의 저녁 밥상 위에
나는
김나는 뜨끈한 국밥이 되고 싶다
-안도현 찬밥
음식전문가 피셔(M F K Fisher 1908년-1992)는 인간이 성숙하면 음식에 대한 강렬한 애착을 덜 느낀다고 한다 또 욕구를 절제하면 음식을 한층 진지하게 음미하는 능력을 터득한다고 하여 음식 선호가 나이가 들면서 변화하는 전형적 패턴을 지닌다고 말한다
이처럼 음식에 대한 선호는 시대 계층 성별 등이 감안된 패턴을 지니면서 변화하는데 한식의 경우에는 대체로 화합과 융합의 맛을 추구한다 이러한 특이점들은 예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의 음식 철학은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 하여 약과 음식은 그 근본이 동일하다고 본데서 기인되며 약을 짓는 생각으로 음식을 만들고 양념을 했다는 의미이다 음식은 생명과 직결되며 육신과 정신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 그런데 시에서 화자는 찬밥에서 연상되는 쓸쓸함을 자신으로 반추한다
인간의 유전자에는 본능적으로 외로움이 내재된다 그만큼 외로움은 인간이라면 누구나가 느낀다 그런데 이 외로움은 자기보다 더 외로운 사람을 위로할 때 행복감으로 바뀐다 이 감정은 선행의 치유력(Allan luks 2001)에 해당되며 남을 돕고 나면 정신적 육체적 정서적으로 포만감을 느껴 긍정적으로 변화가 야기된다
예를 들어 봉사를 하되 대가를 바라지 않고 베푸는 이타적 사랑의 실천행위로서 오히려 돕는 이가 더 많은 즐거움을 느낀다 이럴 경우 뇌간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라는 행복 호르몬이 생긴다 세로토닌은 신경전달 물질의 하나이며 트립토판에서 유도된다
그런데 이 세로토닌은 인간이 행복을 느끼는데 기여한다 또한 면역 글로불린 A(immuoglobulin A) 수치가 급증하는데 이를 ‘테레사 수녀(Mother Teresa effect) 효과’라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봉사 행위는 물질보다 오히려 정신적으로 교류를 할 때 더 넉넉한 마음이 생기고 더 강한 희열과 행복으로 와 닿는다
이 시에서 화자가 느끼는 ‘찬밥’의 외로운 감정은 다름 아닌 소외에서 오는 쓸쓸함이다 화자 자신은 비록 ‘찬밥’이지만 사랑하는 이의 밥상에서만은 따끈한 국밥이 되려 한다 이러한 화자는 바로 삶의 외로움에서 오는 치유를 갈망한다
현대인은 다양한 상황에 직면하면서 살아간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환경에 반해 내면적으로는 복잡하고 힘든 삶을 살아간다 삶의 불균형은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주어진 상황 속에서 삶의 의미를 잃는다 시의 화자 역시 주어진 삶 속에서 따뜻하지도 만족하지도 못한 삶을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고통과 마주하여 그러한 고통 속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거나 찾으려고 노력한다 마치 자신이 ‘찬밥’이 된 것 같은 그 의미 속에서는 타인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부정적 의미로 존재한다는 점으로 드러난다
삶에서 오는 고통의 의미를 헤아리고 긍정적인 삶의 의미를 찾는 행위는 사랑하는 이의 밥상 위에 놓이는 ‘뜨끈한 국밥’이 되려는 점에서는 드러나며 이를 계기로 화자의 배려심을 읽게 된다 어떤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살아갈 긍정적 힘을 ‘그대’ 덕분에 갖는다는 점은 자신을 찬밥에서 따뜻한 국밥으로 변화되기를 갈망한다 이러한 밥은 화자가 자신의 주변에서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던 점을 긍정화시키려는 변화의 힘을 지닌다
시에서 밥은 곧 새로운 존재로 변화하는 의미를 담은 매개물로 표현된다 화자는 이미 자신을 ‘찬밥’이라 생각하며 ‘뜨끈한 국밥’이 되려는 점은 부족한 자신과 거리를 두고 이러한 자기존재를 관찰하면서 그런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여유로 볼 수 있다 이는 V E 프랭클이 말하는 역설적 의도가 나타난다
역설적 의도란 극단적 상황이라는 피할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 다른 사람을 통제할 힘이 생겼다고 상상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피할 수 없는 상황을 즐기는 과정에서 상대를 반성하게 만드는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화자는 자신이 세상의 찬밥인 점을 의도적으로 인정하고 이러한 불안하고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에 맞서는 의미로 표현된다 그리고 화자는 세상에서 비록 찬밥이지만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만은 자신이 뜨끈한 국밥이 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