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양희 밥

by 김지숙 작가의 집

프로이트는 억압된 적대감이나 욕구에서 비롯된 감정을 부유성 불안 증후군(Leon Rappoport 2006)으로 본다 억압된 감정이 무엇을 갈구하지만 의식적으로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억압된 감정이 음식이라는 대상에 투사되면서 억압에서 풀려나 밖으로 표출되어 폭식증이나 거식증과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

그 결과로 죽음의 문턱에 서기도 하지만 인간의 외로움은 증가되고 이를 계기로 스스로를 성찰한다 힘든 상황 속에서 인간이기를 포기하느냐 유지하느냐에 대해 갈망하며 선택한다 이 상황 가운데 먹는 행위는 다양한 감정의 상황에 따라서 달라진다

그래서 슬프거나 기쁠 때 음식을 선택하는 유형이 달라진다 현대인이라면 대부분 외로움을 경험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외로움은 인간에게 주어진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여길 수 있는 공감력이 부족한데서 비롯된다



외로워서 밥을 많이 먹는다던 너에게

권태로워서 잠을 많이 잔다던 너에게

슬퍼서 많이 운다던 너에게

나는 쓴다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

어차피 삶은 네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천양희 밥






시의 화자는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우는 등의 심리적 변화를 통해 외로움을 표출한다 화자는 이 상황 속에서 밥을 먹는 너를 염려한다 외로움 권태 슬픔 궁지에 몰린 너가 맞은 부정적 현실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화자는 자신과 너를 냉정하게 구분하여 그런 너의 마음을 밥처럼 씹으라고 조언한다

이 상황에 대한 대처방식은 공감능력이 부족하기보다는 너의 삶은 너가 소화해야 된다는 점에서 자신의 외로움은 스스로 극복하고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라는 의미이다 시에서 ‘밥’은 화자의 삶의 모습을 닮았고 그 삶을 대변한다

그래서 많이 외로우면 밥을 많이 먹고 궁지에 몰리면 마음을 밥처럼 꼭꼭 씹어 영양가를 올려 힘든 상황에서 벗어나라 말한다 따라서 화자에게 ‘밥’은 세상을 외롭게 살아가는 너의 삶에 결부되고 외로움에서 벗어나기를 갈망하는 화자의 마음이 담긴 너의 생존에도 직결된다

V E 프랭클은 참혹한 환경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관여하지 못하는 오로지 자신만의 생의 의미를 발견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잘 살기 위한 자기 삶의 방식과 자세를 선택할 권리가 있으며 이로써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를 갖는 일은 가능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순간순간 살아가면서 진실한 삶의 의미를 깨닫고 자신에게 불리한 일은 하지 말라 한다 일정한 거리를 둔 뒤 자신을 바라보고 고통스러운 상황이라면 관심의 초점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하며 자신을 넘어서야 한다 시의 화자 역시 이러한 잘 살기 위한 원칙을 시 속의 너가 실천하기를 바라는 의도가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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