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밥은 쓸쓸하다
숟가락 하나
놋젓가락 둘
그 불빛 속
딸그락거리는 소리
그릇 씻어 엎다 보니
무덤과 밥그릇이 닮아 있다
우리 生(생)에서 몇 번이나 이 빈 그릇
엎었다
되짚을 수 있을까
창문으로 얼비쳐 드는 저 그믐달
방금 깨진 접시 하나
-송수권 혼자 먹는 밥
개미는 집단적 성취가 개인적 성공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개미는 저희끼리 서로 방해하지 않고 지구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베르베르베르나르 상상력의 사전) 반면 인간은 산업사회 속에서 상호 고립되고 소외된 삶을 살아간다
고독은 상대와 교류하지 못하거나 필요로 하는 사람이나 사물로부터 분리된 의식을 말하며 외로움의 의미로도 적용된다(HopkinsonJ Braley 1965) 이 고독은 잠정적 고독과 만성적 고독으로 나뉘며 전자는 보편적 고독으로 시간의 경과에 따라 사라지는 고독이다
후자는 복합적 원인으로 장기간 지속되는 고독(Young J E 1982)으로 세상에 혼자 존재한다는 의식이나 사회적 대상이나 목적을 상실할 때 생기는 감정이다 시의 화자가 느끼는 고독은 후자에 가까우며 삶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고뇌를 밥 먹는 행위에 반추하여 깊이 있는 성찰로 관련짓는 고독이 나타난다
시의 화자는 자신의 내면에 스치는 삶과 죽음에 대해 골돌히 생각한다 화자 자신이 직면한 이 고독은 누구나가 겪는 보편적 고독이다 따라서 공동체 속을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사람으로부터 분리되고 고립된 현대인으로 살아가는 삶에서 오는 외로움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밥을 먹는 행위를 통해 화자는 자기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고 자신이 구현할 삶의 방향을 드러내는데 이 행위는 살아서 존재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지니지만 몇 번이나 되짚으며 반문하는 모습에서 화자 자신이 삶에 대해 깊이 사유한다는 점을 알게 된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우리가 매순간 느끼는 감정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적절히 대처하는 과정에서 주어진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은 능히 자유롭다 개인의 감정이란 그 개인이 부여하는 의미에 따라서 변한다 따라서 자기 감정을 관리 경영하려면 좀 떨어져 자신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
개인과 개인은 서로 상호 의존하며 살아간다 인간이 주어진 현실 속에서 삶의 경험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생각에는 정해진 유형이 있다 이를 조직화한 원리를 심리학에서는 심리 도식이라 한다 이는 생애 초기에 처한 환경이나 경험들을 기초로 형성된다
그리고 이후 삶의 전반에 걸쳐 정교화 되면서 기억 감정 인지 신체 감각으로 구성된다 설사 그것이 부정확하거나 왜곡이라 하더라도 이를 지속하려는 인지적 관심이나 해석의 틀을 의미하므로 심리 도식은 우리가 경험하는 순간의 정서 상태 및 대처 반응을 의미하며 이에 무의식적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은 심리도식이 활성화되는 빈도를 줄이는데 있다
왜냐하면 심리도식은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 중에서 부정적인 면에 관심을 두게 되고 정서적 박탈감이나 욕구의 심각한 좌절에서 유발되기 때문이다 시의 화자가 혼자 밥을 먹고 그릇을 씻어 엎는 행위를 무덤으로 상기하는 점은 심리도식의 부정적인 면에 관심을 두는 점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삶과 죽음으로 인생을 나누기보다는 삶 가운데서 죽음을 헤아리고 바라본다는 뜻에서 보면 화자가 어떤 생각을 하면서 밥을 먹는지에 대한 내면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