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산 똥이 밥이 되던 시절 1

by 김지숙 작가의 집


아주 오래 전 서울 주택가에는 똥을 퍼 나르는 트럭이 일주일에 한 번씩은 왔었다 동네 어귀에는 똥차가 세워졌고 똥지게를 짊어진 사내들이 집집마다 다니며 "똥 퍼요 똥퍼요"를 외쳐댔다 // 똥이 그들에게는 똥이 아니다 똥은 입으로 들어가는 밥이었다 똥이라도 퍼서 날라야 밥이 생기는데 바짓가랑이에 똥이 묻어도 “똥이 뭐 대수여” 조금도 개의치 않고 똥과 땀이 범벅이 된 바지춤에 젓가락을 썩썩 문질러 닦고는 맛있게 퍼먹는 고봉밥 우리의 그 시절 똥은 그렇게 우리의 밥이 되곤 했었다

-윤석산 똥이 밥이 되던 시절 1


모든 것이 자연의 일부라고 여기던 과거 농경사회에서 쌀을 얻기 위해 꼭 필요한 거름이 똥이었다 벼를 키워 살을 얻고 쌀이 밥이 되는 과정에서 똥은 밥과 동등하게 중요한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서구적 가치관이 밀려들면서 우리는 똥을 천시하는 한편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화자는 과거 똥지게를 지고 똥을 퍼는 사람들은 자신이 똥을 퍼는 일이 곧 밥이 생기는 일과 직결되므로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똥을 퍼다 가도 고봉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그것을 보고 자란 화자는 똥이 밥이라는 생각을 화자는 갖게 되었다

이 시는 똥은 밥이라는 은유에서 풀어나간다 화자는 똥지게꾼이 똥을 퍼는 행위는 곧 밥이 생기기 결과를 낳는 줄 알기 때문에 똥지게꾼은 자신의 일을 감사하다고 여기며 사는 모습들을 지켜보며 살았다 이 일은 다른 사람들이 밥을 얻기 위해서 일상생활 속에서 노력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에 똥 푸는 일을 전혀 개의치 않던 똥통을 지는 이의 행동은 스스럼없이 자연스럽게 표현된다

화자 역시 똥 장군을 지던 그 사람의 가치관을 통해 밥을 위해 노력하는 삶과 진정한 생존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되고 밥과 똥을 동일시 여기는 그 마음을 이해하기에 이른다

누구라도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가진 자는 드물다 자신이 원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일단 직업으로 삼게 되면 노력과 인내로 책임을 지고 살아가는 것을 순리로 여기며 산다 과거 똥을 푸는 직업은 천한 직업 중 하나였지만 시에서 똥지게 꾼은 자신의 직업에 의연한 자세로 살아가는 모습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직업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서 삶의 질은 결정된다 똥을 푸던 바지에 젓가락을 문지르며 밥을 먹는 모습에서 화자는 주어진 자신의 운명에 대해 원망하거나 비관하고 고통 받기보다 오히려 수긍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똥통을 지는 이들의 삶에 공감하던 시절을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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